한국인 첫 인터폴 총재 선출된 김종양 전 경기경찰청장 "국외도피사범 송환·테러 척결에 적극 노력"

코소보 가입 등 원만한 안건 처리
국제사회서 전문성·능력 인정받아
외교부·경찰청 '지원 사격'도 한몫
경쟁자 러 프로콥추크 제치고 당선
"韓 개도국 치안 지원 지지 이끈 듯
국제공조수사 체계 강화 힘쓸 것"

“한국인 최초로 인터폴 총재에 선출된 만큼 한국 경찰이 인터폴의 중심이 돼 국제테러·사이버테러 등 범죄 척결에 앞장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무엇보다 국외 도피사범 송환과 해외에서 발생하는 자국민 피해에 대한 국제 공조수사 체계를 강화하는 데 힘쓰겠습니다.”

김종양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인터폴) 부총재는 21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87차 인터폴 총회’에서 신임 총재로 선출된 뒤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과거 김중겸 전 충남지방경찰청장이 인터폴 부총재로 활동하기도 했지만 한국에서 국제기구 수장인 인터폴 총재가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투표는 선거 전부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전임자인 중국 출신 멍훙웨이 총재가 부패 혐의로 자국에서 체포된 후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후임자에 대한 철저한 사전검증이 이뤄지기도 했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 알렉산드르 프로콥추크 부총재가 후보로 나서면서 인터폴의 적색수배가 푸틴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인사들을 탄압하는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각국에서 제기됐다. 이날 투표에 앞서 미국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성명을 통해 공식적으로 김 총재를 지지하기도 했다. 결국 미국과 중국·러시아 등이 각국의 이해를 고려해 보이지 않는 치열한 외교전을 벌인 끝에 김 총재가 당선된 것이다.



그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한국 경찰이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한 치안 한류 사업과 국제교류협력 활동으로 넓혀온 해외 지지기반이 투표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경찰에 영광을 돌리기도 했다. 김 총재는 앞으로 프랑스 리옹에 있는 인터폴 본부에서 전 세계로 파견된 950여명의 직원들과 함께 일하게 된다. 인터폴 총재의 임기는 4년이지만 김 총재의 경우 전임 총재가 중도 사임해 잔여 임기인 오는 2020년까지 2년간 총재직을 수행한다.

김 총재는 지난 2012년 아시아 집행위원을 맡은 것을 인연으로 2015년 부총재로 선출돼 지난달 전임 총재 사임 이후 권한대행 업무를 맡아왔다. 이번 총회에서 김 총재는 의장으로 국제사회의 민감한 이슈인 코소보 회원 가입 등의 안건을 원만히 처리하며 국제사회에서 전문성과 능력을 인정받았다. 김 총재는 출마 연설에서 “인터폴에 대한 정치적 편향이나 개입을 차단하고 아시아·아프리카 등 소외된 회원국들의 치안력 격차 해소를 최우선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혀 회원국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


이번 선거에는 우리나라는 경찰청뿐 아니라 외교부까지 나서 적극적인 외교활동을 벌였다. 인터폴은 국제범죄·테러·재난 등 치안 문제에 대한 국가 간 공조와 경찰 협력을 위해 1923년에 설립된 세계 최대 치안 협의체로 회원국만 총 194개국에 달한다. 각종 테러 등 국제 범죄조직 검거와 해외 도피사범 송환 등을 위한 공조가 주로 인터폴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인터폴 총재의 역할이 주목받는 이유다. 김 총재는 “앞으로 다가올 날들이 인터폴의 미래에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며 “공동의 목표인 안전한 세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행시 29회 출신인 김 총재는 1992년 고시특채로 경찰에 입문해 2015년 경기지방경찰청장으로 퇴직하기 전까지 경찰 내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LA 주재관과 경찰청 핵안보정상회의 경찰준비단장, 경찰청 외사국장 등을 거치며 국제적인 업무 능력과 인적 네트워크를 갖춘 경찰 내 대표적인 외사통(通)으로 꼽힌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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