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속 혈관의 길이는 지구 둘레를 두바퀴 반을 돌 수 있는 12만㎞에 이른다. 혈관은 인체의 각 세포조직에 산소와 영양분을 전달하는 생명줄과 같은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도시에도 이런 혈관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기반시설이 있다. 바로 ‘지하구’이다. 지하구는 전력·통신용 전선이나 가스 냉난방용 배관 또는 이와 비슷한 것을 함께 모아 수용하기 위해 설치한 지하 인공구조물이다. 폭 1.8m 이상, 높이가 2m 이상인 전력구·통신구, 기타 민간지하구와 산업단지의 공동구가 이에 해당한다.
지난 1978년 여의도 공동구를 시작으로 현재 전국에 30개소(총154㎞)가 설치·운용되고 있으며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반면 전력구와 통신구 내부에 설치된 케이블의 안전관리는 한국전력공사와 KT 자체 내규에 의해 유지·관리돼 오고 있다. 구조물의 중요성에 비해 명확한 관리 주관부처가 정해져 있지 않고 유지보수나 안전진단 등을 실시할 수 있는 제도가 미비한 실정이다. 민간에서 자체적으로 설치한 지하구와 산업단지 내에 설치된 공동구는 정확한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아 안전관리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따라서 점검대상 시설물로 지정하는 관련 법률 개정과 더불어 민간시설 및 산업단지 공동구 등을 포함하는 일원화된 지하구 안전관리기준을 마련해 현장에 적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안전관리 기준과 함께 내진성능을 포함한 보수·보강 기술개발 등 콘크리트 구조물의 오랜 수명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개발도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지하구 설계단계부터 구조물과 소방시설의 기능이 상호극대화될 수 있도록 명확한 화재안전 기준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재난관리 총괄 부처인 행정안전부가 중심이 돼 관계기관과 협의를 추진하고 있다.
인간의 혈관처럼 지하 기반시설이 도시 구석구석까지 연결되고 있는 지금 미래에 발생할지 모르는 예기치 못한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안전관리부터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