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문재인 정부서 '5G특사단' 만들자

민병권 바이오IT부 차장


“지난 2004년 KTX가 처음 개통됐을 때는 감격이 대단했죠. 세계 다섯 번째로 고속철도 개발에 성공했고 신흥국 중에서는 처음이었으니까요. 그땐 노무현 대통령도, 후임 이명박 대통령도 해외 순방을 나갈 때마다 KTX 세일즈를 도와준다고 외교전을 참 치열하게 했습니다.”

몇 개월 전 만난 교통 정책을 담당하는 한 공직자가 차담을 나누던 중 전한 이야기의 한 자락이다. 세계적인 선도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하면 곧바로 수출길을 트기 위해 대통령이 진두지휘하며 국가 차원의 총력외교를 펼쳤음을 새삼 떠올렸다. 그 덕분인지 한동안 해외 수주가 이어졌지만 이제는 옛말이 됐다. 가격과 기술 경쟁력에서 이미 한국을 추월한 중국의 총력 세일즈 외교에 밀려난 탓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 시대에는 어떤 신기술로 수출 특수의 골든타임을 잡아야 할까. 산업계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5세대(5G) 이동통신’ 관련 기술이라고 입을 모은다. 5G의 경제적 파급 효과는 단순히 통신 서비스 사업자에게만 미치지 않는다. 자동차(자율주행차), 건설(스마트시티), 전자(5G용 스마트폰·통신설비), 보건(원격진료·스마트헬스케어), 문화(실감형 게임 및 방송 콘텐츠·신기술공연), 농업 및 기계(스마트팜·스마트팩토리) 등 주력 산업 전방위로 미치게 된다. 우리나라는 이동통신은 물론이고 이들 연관 파급 산업 분야 중 대부분에 대해 경쟁력 있는 산업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더구나 그 파급 효과를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실증해 보일 수 있다. 내년 3월을 기점으로 5G 모바일 상용 서비스 시대를 여는 선도 국가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경쟁국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중국과 일본이 곧이어 5G 상용화를 개시할 것이고 미국은 규모의 경제와 핵심 기술력을 바탕으로 우리를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 만큼 5G 선도 기술력으로 수출 특수를 누릴 수 있는 골든타임은 KTX 때보다 더 짧을 수 있다. 어쩌면 그 기간이 1~2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 짧은 기간 내에 국가 차원에서 총력전을 펴 해외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그 진두지휘를 문재인 대통령이 하면 어떨까. 관련 산업계 인사와 정부부처 수장, 국책기관장 등을 중심으로 이른바 ‘5G 특사단’을 꾸려서 해외 곳곳을 누비는 것이다. 이들 특사단이 문 대통령을 수행해 해외 정상 및 오피니언리더들과 만난 자리에서 ‘로드쇼’를 벌여 한국의 기술력을 알리고 국책금융기관의 통 큰 지원을 받아 ‘턴키 형태의 스마트시티 건설’ 사업 등을 선점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이것이 실현된다면 6세대(6G) 이동통신 시대가 도래하기 전까지 최소 10년간은 한국은 5G에 힘입어 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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