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의 언급처럼 제조업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절대적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에서의 비중이 31.9%에 달하고 매출액도 전체 산업의 60.2%를 담당하고 있다. 상용근로자가 전체의 95.7%나 될 만큼 일자리의 질은 매우 우수하다. 제조업체가 1%포인트 성장할 때마다 고용이 3.3%포인트 증가할 정도로 창출 효과도 높다. 우리나라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미국 경제가 2·4분기 이후 3~4%의 고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에도 제조업의 부활이 있었다.
하지만 한국 제조업을 둘러싼 환경은 갈수록 나빠지는 형국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을 비롯해 과속 노동정책으로 비용부담이 커진데다 대기업 이익의 일부를 중소기업에 나눠주거나 경영권을 위협하는 반시장·반기업적 법안들로 기업 할 의지도 꺾였다. 게다가 미중 무역전쟁과 보호주의 확산으로 수출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조업이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는데 투자와 일자리가 늘어날 리 없다. 설비투자가 1년 전보다 두자릿수 이상 감소한 것이나 청와대가 적정 취업자 수 증가폭을 30만명 대에서 15만명으로 낮춰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기업이 힘을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정부의 당연한 소임”이라고 말했다. 말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 한국 제조업이 처한 난국을 헤쳐나가려면 현실과 동떨어진 경기인식을 바로잡고 기업인의 기를 살리는 실천방안을 속히 내놓아야 한다. 3년째 감감무소식인 규제프리존법을 포함해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들을 혁파하고 법인세를 낮춰 투자 의욕을 높이는 데 청와대가 앞장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