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런 식으로 할거면 경사노위 왜 만들었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가 20일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동조합 가입과 활동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권고안을 발표했다. 노사 대표 위원들이 12차례 회의에서 합의하지 못하자 친노동계 성향이 짙은 공익위원들이 단독으로 만든 안이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을 위한 권고라지만 내용을 보면 우려되는 게 한둘이 아니다. 해고자·실업자의 노조가입 허용, 노조설립신고 제도 폐지 등 노조의 권리를 크게 확대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 안대로 법이 개정될 경우 현재 법외노조인 전교조가 합법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외부 정치세력이 노조에 개입할 여지도 커져 정치파업이 일상화할 수 있다.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을 금지한 조항이 폐지되면 전임자 급여지급을 목적으로 한 파업 남발도 예상된다. 그만큼 기업 부담이 가중될 게 분명하다. 이렇듯 경사노위의 권고안은 노동계 제안을 대부분 수용한 반면 경제계의 의견은 완전히 배제했다.

경영계에서는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과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 등을 요구했으나 논의조차 없었다고 한다. 노조의 권리는 대폭 보장하면서 사용자의 대응 권리는 철저하게 외면한 것이다. 오죽하면 ‘노조 천국을 만들자는 안’이라는 비판이 나오겠는가. 경사노위는 앞으로 논의를 거쳐 경영계의 입장을 최종 합의안에 담겠다고 했지만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 바로 세워질지는 불투명하다. 이런 식이면 22일 공식 출범하는 경사노위의 앞날은 뻔하다.

논의 테이블 자체가 노동계에 치우친 상황에서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생산적 결론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공익위원 권고안에서 보듯 노조 편향적 결정으로 사회적 대타협은커녕 노사대립 등 사회적 갈등만 키울 것 같아 걱정스럽다. 경사노위는 출범도 하기 전에 ‘한쪽 편만 들 거면 왜 필요한가’ ‘노조 세상 만들 거냐’는 지적이 나오는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일방의 주장보다는 노사 양측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조율하는 기능을 강화해 사회적 대타협의 전기를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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