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 미컬슨(왼쪽)과 타이거 우즈가 ‘세기의 대결’을 앞두고 21일(한국시간) 열린 기자회견 도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USA투데이연합뉴스
“미컬슨이 코스에서 하는 생각을 읽어왔습니다.”(우즈)
“그동안 우즈에게 패했던 것을 돌려줄 기회입니다.”(미컬슨)
타이거 우즈(43)와 필 미컬슨(48·이상 미국)이 벌이는 ‘세기의 대결’이 다가왔다. 둘이 합쳐 메이저 19승,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122승을 거둔 슈퍼스타들의 자존심을 건 승부다.
2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섀도크리크 골프장(파72)은 복싱의 특설 링처럼 달아오른다. 이번 대결의 명칭은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미국 금융회사의 이름을 딴 ‘캐피털 원스 더 매치 : 타이거 vs 필’. TV 프로그램용 이벤트로 방식은 일대일 18홀 매치플레이다. 이긴 선수는 ‘대전료’ 격인 총상금 900만달러(약 101억원)를 독식하고 진 선수는 빈손으로 돌아간다. 다만 우즈와 미컬슨 모두 상금을 자선기금으로 기탁하겠다고 약속했다.
둘은 지난 21일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타이틀매치를 앞둔 복싱 선수들처럼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이번 맞대결이 확정됐던 8월의 훈훈하던 분위기는 사라졌다. 당시 미컬슨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아마도 우즈에게는 900만달러를 벌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일일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우즈 역시 “미컬슨이 자랑거리를 챙길 것 같다”고 응답했다.
이날 미컬슨은 “6세 가까이 어린 우즈는 주니어·대학·아마추어 시절 내가 세운 기록을 늘 갈아치웠다. 그는 역대 최고의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2012년 페블비치 프로암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우즈와 동반하며 우승을 차지했던 때를 떠올리며 “그동안 수많은 대회에서 패했던 것을 돌려줄 기회”라고 선전을 다짐했다. 우즈는 “(9월) 라이더컵이 끝난 뒤 3·4주 동안 골프채를 잡지 않았다”면서 “최근 다시 훈련을 시작했고 예전 감각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맞불을 놓았다. 즉석에서 첫 홀 내기도 성사됐다. 미컬슨이 “1번홀에서 나는 버디를 할 것이고 여기에 10만달러를 걸겠다”고 하자 우즈가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우즈와 미컬슨은 골프의 대표적인 라이벌이자 양대 산맥으로 활동해왔다. 40대 중반과 후반에 들면서 관계 개선 분위기가 감지되지만 한창이던 시절에는 소문난 앙숙이었다. 우즈가 메이저대회 14승을 거두며 ‘황제’로 군림하는 동안 미컬슨은 ‘만년 2인자’에 머물렀다. 우즈가 총 683주간 세계랭킹 1위를 지킨 반면 미컬슨은 한 번도 1위에 오르지 못했고 우즈가 11차례나 차지한 올해의 선수상도 받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우즈 시대’에 미컬슨만한 경쟁자도 없었다. 미컬슨은 우즈의 독주 속에 메이저 5승을 수확했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43승 중 34승을 우즈의 전성기에 거둬들였다. 현재 PGA 투어 통산 상금과 현역 선수 최다승 1, 2위도 우즈와 미컬슨이다. 우즈는 메이저 14승 포함 80승을 거두며 통산 1억1,550만달러의 상금을 벌어들였고 미컬슨은 8,825만달러를 쌓았다.
두 선수 모두 예전 기량을 되찾아 명승부가 예고된다. 허리 부상으로 수술과 재기를 반복하던 우즈는 PGA 챔피언십 준우승에 이어 2017-2018시즌 최종전 투어챔피언십에서 5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미컬슨 역시 올해 3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멕시코 챔피언십에서 5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지금까지 두 선수의 동반 라운드 대결에서는 우즈가 18승4무15패로 약간 앞서 있다. 이날 미국 스포츠전문 매체 ESPN이 전문가 네 명에게 전망을 물은 결과에서도 세 명이 우즈의 승리를 점쳤다.
이번 대결의 대회장은 일반에 공개되지 않고 스폰서 등 VIP 손님들만 초청된다. 미국에서는 시청료 19.99달러를 내야 볼 수 있는 유료 방송에서 중계한다. 국내에서는 JTBC골프가 24일 오전5시부터 중계한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