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사진)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반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쉽게 방향을 바꾸지 않는데다 미국 경기도 아직 호조를 보이고 있어 속도 감소는 없으리라는 반론도 나와 갈등이 에상된다. /AFP연합뉴스
경제성장 둔화 전망과 불안한 금융시장에 대한 우려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그 속성상 한번 방향을 정하면 쉽게 바꾸지 않는 데다 미국의 경기도 아직 호조인 만큼 속도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금리 인상 기조와 함께 매력이 감소했던 신흥시장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주 연준 이사들이 미국 정책금리가 중립금리에 근접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거나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를 잇달아 밝히며 연준이 금리 인상을 잠시 멈출 가능성을 시사한 데 따른 분석이다. 미국 기준금리의 인상 속도가 느려지면 달러 가치가 하락하므로 그간 달러 강세 때문에 외자 유출, 추가 금리 인상 압박에 시달리던 신흥국들의 상황은 나아진다.
앞서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은 미국 정책금리가 중립금리에 근접했다고 평가하면서 세계 경제성장 둔화가 미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제롬 파월 연준 총재는 전 세계의 수요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중립금리에 근접했다며 그에 적절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버딘, 슈로더, 블랙록 등 자산운용사들은 이 같은 발언을 토대로 연준의 정책변화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에버딘의 펀드매니저 에드윈 구티에레스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잠시 멈추는 건 신흥시장에 밀물이 들어 배가 모두 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흥시장에서 고수익 채권, 프런티어시장 채권, 개발도상국 통화처럼 그간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고 말했다.
또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경제가 내년 독일 경제의 3분기 마이너스 성장, 감세효과 소진에 영향을 받아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연준의 점진적 기준금리 인상 계획의 타당성이 약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연준이 갑자기 방향을 틀고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선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CNBC에 따르면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 20일 보고서에서 미국 금융시장이 더 불안해져야 연준이 금리 인상 보류를 검토할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1994년 이후 주요 증시불안을 모두 살펴본 결과 연준은 신용스프레드(국채와 회사채의 금리 차)가 상당히 벌어졌을 때나 실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 때만 더 완화적 정책으로 대응했다”고 설명한다. 현재 미국 경제 상황에서 ‘우려’만으로는 연준이 정책에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미국 경제는 3.5%에 달하는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보이며 호조를 기록했다. 지난 10월에는 일자리가 25만개나 늘어나기도 했다.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올해 12월 한 차례, 내년에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연준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3차례에 걸쳐 2.00∼2.25%까지 올렸다. 또 12월에도 추가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