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그들만의 리그'대화로 실익 찾는 한노총...근로시간 '고통분담' 눈감은 민노총

<중>상생없는 투쟁노조
한노총, 탄력근로 단위기간 내주고 영세사업장 임금 보전 노려
'투쟁 일방주의' 고집하던 민노총은 성과없이 고소·고발 잡음만
"경제 성숙기에 투쟁은 맞지 않는 옷...'기브앤테이크' 해야할 때"


민주노총과 양대 노총을 이루는 한국노총은 최근 탄력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에 대한 반발을 누그러뜨렸다. 22일 노동계에 따르면 한국노총은 조선·가전 등 상당수 업종에서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단위기간을 현행 최대 3개월에서 6개월 내지 1년으로 늘려달라는 기업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기로 했다. 대신 노조 없는 영세 사업장에서 근로자들이 탄력근로에 따른 임금 손실을 겪지 않도록 예방책을 협상으로 얻어낸다는 방침이다.

고용노동부와 경영계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이 6개월이 돼도 임금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반면 한국노총은 시급 1만원 근로자의 임금이 약 7%인 78만원 줄어든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우리의 상세 요구안은 마련하지 않았지만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동시간제도 개선위원회에 적극 참여해 기업들의 요청을 일부 수용하고 임금 보전안을 대가로 받겠다”며 “최근의 경제 현실을 고려하면 노사 현안은 협상으로 타협을 이뤄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사노위 본위원회가 22일 공식 출범하면서 노사정 사회적 합의를 위한 큰 틀은 마련됐다. 노사정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 국민연금 개선 등 민감한 노사 현안을 경사노위에서 풀어가야 한다. 이런 가운데 경사노위 내 협상에 집중하는 한국노총과 경사노위를 거부한 채 길거리 투쟁에 골몰하는 민주노총의 대조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와 민주주의 성숙기에 접어든 한국에서 투쟁을 통한 노동계 권리 쟁취는 사회 갈등만 키울 뿐 더 이상 맞지 않는 옷”이라며 “노사 간 주고받기(기브 앤 테이크)가 필수”라고 강조한다.


지난 1946년 창립한 대한노총이 전신인 한국노총은 지난해 기준 25개 산업별 연맹, 총 조합원 수 96만여명을 거느린 국내 최대 노총이다. 한국노총은 최근 ‘합리적 대화’를 내세우며 노사정 사회적 합의를 주도해왔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합의에 반발해 17일 전국노동자대회를 벌였지만 다시금 협상 테이블로 돌아왔다. 김주영 한국노총위원장은 22일 “지난해 9월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를 먼저 제안해 비난도 받았지만 사회적 대화가 한국 사회의 모순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강조했다.

대화에 나선 한국노총이 대화를 거부한 민주노총보다 더 많은 성과를 이뤘다는 평가도 많다. 한국노총은 올해 5월 국회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정기 상여금과 복지비 일부를 포함시켜 일부 근로자의 이익을 줄이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통과하자 사회적 대화 불참을 선언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협상을 통해 한 달 만에 복귀했다. 노동계에 유리하도록 최저임금법 재개정을 추진한다는 약속을 받고서다. 물론 약속 중에는 최저임금과 통상임금의 일치,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규정 적용 등 기업들의 반발이 커 당장 실천이 어려운 사안도 있다.

반면 민주노총은 현안에 대한 양보가 없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움직임에 대해 민주노총은 “탄력근로 확대가 아니라 오히려 일간·주간·월간·연간 노동시간 규제부터 우선하라”고 요구했다. △연속휴식시간제 △주 40시간 이상 근로에 가산임금 지급 △주 52시간제 적용을 면제하는 특례업종 축소 △포괄임금제 전면폐지 △연간 2주~4주 이상 장기휴가제도 도입이 민주노총의 요구 사항이다. 이미 21일 9만여명이 참가한 전국 총파업 투쟁을 벌인 민주노총은 다음달 1일 민중대회를 열어 또다시 거리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경사노위 복귀는 내년 초에 논의할 예정이지만 내부 강경파들의 반대로 이마저도 불투명하다.

민주노총이 대화와 타협보다는 농성과 점거 등 일방주의식 투쟁으로만 일관하다 보니 최근 곳곳에서 고소 고발도 이어지고 있다. 고용부는 민주노총의 지방노동관청 5곳에 대한 점거와 관련해 고소 또는 검토 중이고 이날도 최근 시장실 점거와 청사 직원 폭행이 잇따라 발생한 김천시청이 민주노총을 업무방해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노동계 전문가들은 민주노총의 투쟁 전략이 고도 경제 상승기에나 통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내년 경제성장률 3% 달성도 버거운 국내 현실을 고려하면 기업과 노동계가 고통을 분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출신인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은 최근 “과거에는 한국 경제가 상승적 안정기를 탔고 (노동권도) 없는 것을 만드는 과정이었던 만큼 민주노총의 방식이 통했다”며 “지금은 상승 기조가 끝나 있는 걸(권리) 바꾸는 상황이고 자동차·조선·철강 등 주력 업종에서 노사관계 혁신이 중요하다. 민주노총의 행보는 그래서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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