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암·자궁암·후두암·피부암 등을 저에너지 X선으로 치료할 수 있는 국산 ‘근접·삽입형 암치료 장비’가 개발됐다.
이 장비는 백열전구처럼 필라멘트를 가열해 전자 빔을 만드는 기존 외국 제품과 달리 가열할 필요가 없는 탄소나노물질을 이용하기 때문에 10시간 안팎인 초소형 X선 발생장치의 수명을 10배가량 늘렸다.
22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따르면 조성오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팀은 비츠로네스텍과 공동으로 탄소나노물질 등을 이용한 튜브 모양의 초소형 진공형 X선 발생장치(직경 0.5㎝, 길이 4㎝)를 적용한 근접·삽입형 암치료 장비(상표명 VICX)를 개발했다.
VICX의 X선 발생장치는 머리카락보다 가는 탄소나노물질이 전자빔을 생성하면 세라믹 튜브(흰색)가 고전압을 걸어주고 로켓 상단처럼 뾰족한 부분에서 치료용 X선이 나온다.
이익재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팀이 VICX로 피부암·켈로이드(상처 치유 과정에서 섬유조직이 비정상적으로 성장해 만들어진 흉터)를 치료하는 세포·동물실험을 한 결과 대형 선형가속기(LINAC)를 쓰는 방사선 장비와 동등한 치료 효과를 보였다.
조성오 KAIST 교수팀과 비츠로네스텍이 개발한 근접·삽입형 X선 암치료 장비 ‘VICX’.
피부암과 켈로이드 치료에는 수술·약물·레이저 요법을 많이 써왔는데 흉터·약물 부작용이 생기거나 완치가 어렵고 재발률이 높은 단점이 있다. 반면 VICX로 근접형 방사선치료를 하면 이런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 직장암·자궁암·후두암 등 종양 부위에 X선 튜브를 삽입하면 분당 3그레이(Gy) 이하의 저에너지 X선으로 정상조직이 손상되는 것을 최소화한 채 방사선치료를 할 수 있다. 소형이고 밑에 바퀴가 달려 이동이 간편하며 방사선 차폐도 용이하다.
조 교수는 “피부를 일부 절개하면 유방암·췌장암 방사선치료에도 쓸 수 있다”며 “X선 튜브를 더 소형화하면 내시경에 장착, 위암·대장암(결장암) 등 치료에도 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초소형 X선 튜브는 3차원(3D) 반도체 비파괴검사, X선 물질분석, 나노측정 등 첨단 산업용 장비에도 적용할 수 있다.
한편 조 교수팀으로부터 관련 기술과 지적재산권을 이전받은 비츠로넥스텍은 의료기기 인증을 준비 중이며 향후 대당 2억~3억원에 VICX를 판매할 계획이다. 이는 대형 선형가속기를 쓰는 기존 방사선치료 장비의 10분의1 수준이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