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대표들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안조정소위 회의장을 찾아 인사말을 건네고 있다. /연합뉴스
우여곡절 끝에 2019년도 예산 심의가 재개됐다. 국회가 공공기관 고용세습 및 채용비리 국정조사 수용 문제를 두고 엿새간 교착상태에 빠졌던 탓에 내년도 예산안 처리까지 남은 시간은 열흘 안팎에 불과하다. 법정처리 시한인 12월2일까지 ‘470조원 슈퍼 가계부’ 심사를 마무리 짓기 위해 여야는 속도전에 돌입했지만 쟁점 예산에 대한 합의가 아직 요원할 뿐 아니라 국정조사 범위와 대상을 두고도 여야의 해석이 갈리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①일자리예산·국조 등 곳곳이 난관=일자리와 남북 경제협력 예산을 둘러싸고 원안을 사수하려는 여당과 대폭 삭감을 노리는 야당의 대립이 계속되면 계속될수록 예산 심사 과정에서의 진통은 불가피하다. 여당은 23조4,573억원 규모의 일자리 예산과 1조977억원에 달하는 남북협력기금을 그대로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제1·2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해당 부문 예산을 대폭 깎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 같은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내년도 예산안 전체가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 심사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신경전도 변수다. 특히 국정조사 대상에 ‘2015년도 이전에 발생한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도 포함되는지를 두고 여야 간에 말이 엇갈리고 있어 향후 파행의 뇌관이 될 수 있다.
②‘쪽지예산’ 난립하는 소소위=시간이 촉박한 만큼 예산조정소위 내의 별도 소위인 ‘소소위’를 구성할 공산이 크다. 몇몇 여야 의원과 정부 관계자로만 구성되는 소소위는 비공개로 이뤄지기 때문에 처리 속도가 빠르다. 또 서로 ‘주고받는’ 거래 형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공개회의에서 진척되지 않았던 사안을 처리하는 데 용이하다. 하지만 쪽지예산·카톡예산이 난립하는 밀실회의로 전락해 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에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③증원된 예산소위=예산조정소위 구성을 두고 민주당과 한국당이 첨예하게 대립한 끝에 민주당이 제시한 ‘7(민주)·6(한국)·2(바른미래)·1(비교섭)’안이 채택됐다. 이를 두고 15명에서 16명으로 증원되면 예산심사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압축심사를 목적으로 꾸려진 소위의 몸집이 커지면서 회의의 신속한 진행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소위 인원이 짝수인 것도 문제다. 찬성과 반대가 동수로 나올 경우 표결 시 결론을 내기 힘든 탓이다.
정치권에서는 예산안의 기한 내 처리가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회선진화법에 명시된 법정 처리시한을 넘겨 정기국회의 마지막 본회의가 있는 12월 둘째 주의 금요일인 다음달 7일에 예산안 처리가 매듭 지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정기국회 내에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임시국회까지 넘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