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죽이기'에…100여개 무더기 매물

공차·온더보더·할리스커피 등
M&A 나왔지만 인수자도 가뭄


“사람들이 잘 아는 외식·음료 관련 프랜차이즈는 거의 다 잠정적 매물로 보면 됩니다.” (A투자은행 관계자)


22일 프랜차이즈 업계가 이른바 ‘슈퍼 갑’인 공정거래위원회를 향해 소송까지 불사하기로 한 데서 물가·인건비 인상과 경기 불황, 정부의 규제 강화라는 악재 속에서 사업을 탈출구를 찾지 못하겠다는 업계의 절박함도 읽힌다. 실제 프랜차이즈협회 등에 따르면 최근의 경영난과 향후의 어두운 사업 전망 등을 이유로 매각을 고려하는 소속 회원사가 어림잡아도 100곳이 넘는다. 성공 창업 신화로 기억되는 멕시칸 음식 프랜차이즈 ‘온더보더’나 샐러드 전문점 ‘카페 마마스’를 비롯해 ‘공차’ ‘할리스커피’ 등 식음료 프랜차이즈 매물들이 대거 시장에 나와 새 주인을 찾고 있다. 하지만 불황과 최저임금 인상, 정부의 규제 강화라는 악재들이 겹치며 과거 주요 매수자였던 사모펀드(PE)조차 손사래를 치는 상황이라 매물만 쌓이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최근만 해도 2030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누리며 사업을 확장해가던 ‘카페 마마스’가 연초부터 국내 기업 및 사모펀드 운용사 몇 곳과 매각협상을 진행하다 가격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매각 작업을 중단했다. 지난 7월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이탈리안 외식 브랜드 ‘매드 포 갈릭’의 매각을 추진하던 스탠다드차타드PE 역시 마땅한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채 2개월 만에 매각 작업을 잠정 중단한 상황이다.

업계는 공정위가 ‘갑을’ 프레임으로 산업을 바라보며 ‘프차 죽이기’를 지속할 경우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처럼 가맹본부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 및 의무를 추가하는 정책을 추진하기보다는 산업 전반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에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4,000곳이 넘는 가맹사업자 가운데 건실하게 운영되는 검증된 프랜차이즈에 대해서는 입법적·정책적 배려를 통해 지원하고 악질적 기업은 강력하게 징벌해나가는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맥도날드나 스타벅스 등 글로벌 프랜차이즈의 사례에서 보듯이 가맹사업은 기본적으로 본부의 경쟁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지금처럼 본부를 압박하고 본부·점주의 갈등을 유발하는 정책 방향으로는 오히려 건실한 사업주들이 가맹사업에서 철수하고 악질 사업자만이 남는 악순환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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