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영계획 짜야하는데 암담" 인력·자금여력 없는 中企 날벼락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연장이 연내 불발되며 기업들은 충격에 빠졌다. 연말 합의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내년으로 넘어간데다 내년에 입법된다는 보장도 없는 상황이 기업들에는 답답한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당장 내년 사업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내년까지 한 달 남짓 남았다. 기업들은 내년 운영·생산하려면 계획을 짜야 하는데 시계가 흐려졌다”고 말했다.

강성노조 사업장을 둔 기업들은 탄력근로제가 또 다른 갈등 요인이 될까봐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압박이 큰 상황에서 단체협상도 가시밭길이다. 강성노조가 있는 대기업 사업장의 경우 내년 근로시간과 임금을 두고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내년 노조와의 임금단체협상에서 탄력근로제 기간을 설정해야 하는데 되레 갈등만 커지게 됐다”고 말했다.


기간에 맞춰 사업을 진행하는 업종들은 3개월로 짜인 탄력근무로는 도저히 납기를 맞출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해외 건설현장의 경우 3개월로 된 탄력근로제 시간에 맞추려면 발주처와 약속한 공기를 지키기 어렵다. 프로젝트 단위로 사업을 하는 게임업체나 시스템통합(SI) 업종 등도 특정 기간에 집중적인 근무가 불가피할 때가 많다. 차종별로 생산을 탄력적으로 해야 하는 완성차 업체들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일각에서는 내년부터 기업인들이 범법자로 내몰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연말이 지나면 주52시간 근로제 도입 관련 계도 기간이 끝나 내년부터는 위반 업체 대표이사의 처벌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처벌 유예기간이 끝나는 내년 1월부터는 실제로 직격탄을 맞는다. 현행법상 주52시간 근무제 규정을 위반하면 대표이사는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 수 있다.

무엇보다 탄력근로제 도입이 무산된 데 따른 유탄은 인력운용과 자금 여력이 있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날아들 가능성이 크다. 납기일을 맞춰야 하는 대기업 협력업체 등 중소기업들은 아무 대책도 없이 주52시간 근로제를 지킬 수 없는 환경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납기일을 맞추려면 무리할 수밖에 없고 그런 상황이 반복돼 노조가 고소·고발을 하면 처벌을 피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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