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들이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투자 자금만으로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오히려 데스밸리에서 생존하는 길은 돈이 아니라 창업자의 빠른 의사결정과 사명감, 팀원 간 비전 공유입니다.”
국내 스타트업의 대표 조력자 중 하나인 임정민(사진) 500스타트업코리아 공동대표파트너는 스타트업이 데스밸리에 맞닥뜨려 찾게 되는 자금수혈이 정답은 아니라고 단언한다. 그는 최근 서울 잠실 한국광고문화회관에서 열린 ‘창업가의 일’ 강연 후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스타트업은 돈을 적게 쓰고 이기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라며 “스타트업 자신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스타트업은 창업 후 1~3년까지 또는 3~5년 전후로 매출 부진과 투자 자금 고갈 등으로 데스밸리에 봉착한다. 이 기간 스타트업 70% 이상이 죽음의 계곡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대부분 스타트업 창업자는 살아남기 위해 투자 유치를 모색한다.
임 대표는 “창업 후 규제 등 사회적 환경 또는 시장 상황이나 스타트업 내부 문제로 사업이 중단되는 경우가 많은데 돈이 이 모두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며 “스스로 해결책을 연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임 대표는 과거 한국과 미국에서 창업 경험이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공학 석사 취득 후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비트폰의 초기 멤버로 참여한 바 있다. 이후 소프트뱅크벤처스 투자심사역을 거쳐 한국에서 게임회사 로켓오즈를 세웠다.
그는 국내 신생 벤처 가운데 고작 2~3% 정도만 투자를 받는 현실에 대해 “볼륨이 커져야 해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수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벤처캐피털(VC), 엔젤, 액셀러레이터 등 투자자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한 해 2조~3조원 정도인 국내 창업투자회사들의 투자 규모가 2~3배는 더 커져야 할 것”이라며 “스타트업 투자 확대를 위해서는 민간 창투사들이 적은 자본금으로도 제대로 투자할 수 있게 정부가 장벽을 없애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구글 캠퍼스 서울 총괄을 맡았던 임 대표는 올해 3월 500스타트업코리아 대표파트너로 자리를 옮겼다. 글로벌 VC인 500스타트업은 4,400억원의 자산 규모로 2010년 설립된 이래 전 세계 20여개국, 2,00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임 대표는 투자할 스타트업을 선별할 때 창업자의 문제 해결 능력과 통찰력이 기준이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강연에서 “흔히 독창적 아이디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아이디어는 성공에 1%도 기여하지 않는다. 아이디어는 무시하라”고 강조했다. 제품과 기술에 매달릴수록 실패하고 비전과 팀에 집중하는 스타트업이 결국 성공한다는 게 임 대표가 창업자들에게 주는 팁이다. 사업을 시작하면 실행이 가장 중요하다.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데 공을 들이기보다 타깃 고객층을 찾아다니며 요구를 먼저 파악하는 데 주력하라는 충고다. 그는 “투자를 받고 싶다면 거창한 사업계획서보다 조그만 것이라도 실행한 결과를 보여주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글·사진=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