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인터뷰] 아무도 몰랐던 이시언의 고민 “자고 일어나니 연예인 됐어요”

/사진=비에스컴퍼니

“성격이 좀 소심한 편이에요. 걱정도 많고 생각도 많아요.”

TV 속에서 보던 이시언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말들이었다. 늘 유쾌하고 까불기만 할 줄 알았던 그는 시종일관 차분하고 조용했다. 작품 속 캐릭터와 예능 속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에 낯섦도 잠시, 조곤조곤 전한 진심에서 수많은 생각과 고민들로 보냈을 이시언의 지난 날들이 보였다.

지난 11일 종영한 OCN ‘플레이어’에서 천재 해커 임병민으로 활약한 이시언. 최근 흥행드라마에 잇따라 출연한 신스틸러답게 ‘플레이어’ 역시 평균 시청률 5.8%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결과를 예상하지는 못했다. 너무 기대하면 실망이 크기 때문에 예상하지 않으려 했다. 무조건 잘 될 거라 생각했는데 안되면 서로 마음이 무거워진다. 오히려 주변에서 좋게 말해도 ‘혹시 모른다’면서 자제했었다.”

임병민은 이시언에 최적화된 캐릭터였다. 장난스러운 성격에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허당미가 대중이 흔히 알고 있는 이시언의 이미지 그대로였다. 하지만 캐릭터의 색깔이 너무 과했던 탓일까, 극 초반 이시언은 다소 오버스럽게 느껴지는 설정과 연기로 혹평을 들었다.

“처음에 캐릭터의 설정을 다 잡지 못하고 들어갔던 것 같다. 감독님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감독님은 캐릭터의 온도 차를 많이 주려 하셨다. 초반에 가벼운 모습을 보여줘야 뒤에서 진중한 모습이 산다고. 그런데 나는 뒷부분 대본을 모르니까 그 부분에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감독님이 생각하신 B급 유머를 처음에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감이 없어서 그런 거다. (웃음) 그래서 댓글들을 보면서 상처도 많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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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자리를 잡아감은 물론, 제법 진지한 연기까지 소화하며 혹평을 호평으로 이끌어냈다. 이시언 역시 변해가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며 자신감을 얻었다고.

“그래도 후반부로 가니까 욕이 많이 줄어들더라. 나중에는 ‘이시언 욕한 사람 나와’라는 댓글도 봤다. 기분이 좋더라. 후반부에 나온 그런 진지한 연기들을 해본 적이 없다. ‘리멤버’ 때도 그 정도까지는 안 갔었다. 어색할 수도 있는데 생각보다 괜찮더라. 내가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 싶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송승헌, 정수정, 태원석과는 극 중 관계 못지않게 실제로도 가까워졌다. 그는 작품으로 처음 만난 네 배우들이 이토록 가까워질 수 있었던 이유로 송승헌의 노력을 꼽았다.


“많이 친해졌다. 특히 (송)승헌이 형이 많이 노력하셨다. 항상 우리와 밥을 같이 먹으려 하셨고 밥값도 형이 내셨다. 매일 모든 배우, 스태프가 모여 밥을 먹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쫑파티 때도 스태프들 수만큼 선물을 가져오셨다. 나 같으면 그렇게 못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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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이 아니었다. 송승헌은 배우를 넘어 공인이자 연예인으로서 이시언 갖지 못한 많은 부분을 몸소 보여줬다.

“대중은 쉽게 다가오는데 나는 낯을 가리는 편이라 잘 받아주지 못한다. 예전에 사진을 찍어주고 안 좋은 말을 들은 적이 있어서 사진도 같이 잘 못 찍는다. 그런데 승헌이 형은 100명이 계시면 100명 다 사진을 찍어주신다. 형이 ‘네가 언제 또 사진 찍어줄래. 네 행동은 팬까지 등지게 만드는 행동이야’라고 말씀하셨다. 맞는 얘기다. 그분들은 나를 좋아해서 와 주시는 거니까. 형의 말을 들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이는 MBC ‘나 혼자 산다’ 이후 한순간에 달라진 삶을 마주하게 된 이시언의 오랜 고민이었다. 하고 싶은 연기를 하며 나름 평범한 삶을 유지해왔던 그는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며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던 인기를 얻게 됐다. 인생에 두 번은 없을 소중한 기회였지만 자신이 생각했던 미래는 아니었다.

“‘나 혼자 산다’는 로또보다도 더 큰 행운이다. 우리 집안에 길이길이 남을 정도다. 하지만 (‘나 혼자 산다’ 이전에는) 수년 동안 편하게 연기만 하면서 행복하게 살았다. 한 계단 한 계단 차근차근 올라가면서 인정도 받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밖에서 아무도 알아보지는 못했다. 그런데 어느 날 자고 일어나 보니 연예인이 된 거다. 나는 걸어 다니고 지하철 타는 걸 좋아하는데 이제 그러지도 못하고. 성격이 소심해서 상처도 많이 받고. 그런 걸 한 번에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하고,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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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자신의 위치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다. 방송, 모델, 웹툰 등 각 분야에서 최고를 찍었던 멤버들과 달리 자신만 애매한 위치에서 그들과 어울리지 못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늘 ‘대배우’라는 별명을 웃어넘기던 그의 얼굴에서는 좀처럼 예상하기 힘든 고민이었다.

“아직 배우로서보다는 ‘나 혼자 산다’ 이시언의 이미지가 더 큰 것 같다. ‘나 혼자 산다’ 멤버들은 모두 각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계신 분들이다. 반면 나는 약간 어중이 떠중이 같은 느낌이었다. 아무도 나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은 없지만 나는 저 친구들만큼 최고가 아닌데도 이 자리에 앉아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러다 보니 좀 더 파이팅 해야겠다는 자극이 생기기도 한다.”

‘나 혼자 산다’로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됐지만, 결국 그가 그리는 미래는 여전히 배우 이시언이었다. 더 높은 자리를 욕심내기 전에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며 한 발 한 발 올라서려 한다. 천천히, 차근차근, 현재에 집중하며 이시언은 나름의 초심을 지키고 있다.

“어떤 분은 ‘대배우, 대배우’ 하다 보면 그 말에 따라가게 된다고도 하시더라. 주연도 하고 싶고 정극 연기도 보여주고 싶지만 욕심내지는 않는다. 그걸 쫓으면서 연기하고 싶지는 않다. 그냥 기회가 되면 하고 싶은 거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역할도 수많은 사람들이 하고 싶어 하는 역할일 거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기회를 찾고 싶다.”

/김다운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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