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의 대단지 아파트 내에 위치한 L유치원은 최근 학부모 설명회를 열고 ‘폐원 후 놀이학교로 전환’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기존 원아들에 대해서는 원비 인상을 하지 않고 수업도 기존과 똑같이 운영하는 대신 형태만 놀이학교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의 한 유치원도 영어유치원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학부모들에게 밝혔다. 서울뿐 아니라 원아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일부 지방 유치원 원장들 사이에서도 놀이학교나 영어유치원을 운영하는 방식에 대해 문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사립유치원 사태로 유치원 폐원을 시도하려는 사립유치원들이 정부의 엄격한 제재 방침에 길이 막히자 이 같은 편법을 동원해 활로를 찾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정부가 사립유치원 폐원을 엄격히 제재하자 ‘업종 전환’을 통해 정부 감시망에서 빠져나가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놀이학교나 영어유치원은 법적 교육기관이 아닌 사설학원인데 국가 지원을 받지 않는 대신 월 100만원 안팎의 고가의 원비를 책정하고 있어 학부모의 부담이 크다.
현재 사립유치원은 폐원을 하려 할 경우 학부모 3분의2 이상 동의와 폐원 후 원아 수용계획을 교육청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업종 전환’을 노리는 유치원들은 기존 학부모들에게 지금의 유치원비에서 인상하지 않는 대신 이름만 바꾸겠다는 식으로 설득해 동의를 구하려 하고 있다. 사실상 이름만 바꾸는 것인 만큼 원아들도 그대로 수용할 수 있어 수용계획도 문제없다는 식이다. 유치원의 한 관계자는 “현재 사립유치원 원아들에 대해 정부에서 22만원의 지원금이 나오는데 유치원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에게 주는 10만원의 국가 보육료 지원금에 나머지는 유치원이 당분간 부담하는 방식으로 학부모의 실질 부담금을 지금과 같이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 당국은 일부 유치원의 업종 전환 시도를 편법적인 폐원 시도로 보고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법상으로 사설학원에 불과한 놀이학교나 영어유치원의 수용계획은 학부모를 현혹하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 담당자들과 협의를 통해 이 같은 시도에 나서는 유치원들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