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공영방송 SRF는 25일(현지시간) 국민투표에서 ‘스위스법 우선법’ 도입안이 67%의 반대표를 받아 부결됐다고 보도했다.
극우정당 스위스국민당(SVP)이 제안한 이 법안은 스위스 주권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법을 최우선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국가 간 맺은 법·조약·제도 내용이 국내법과 충돌할 경우 국제법을 국내법에 맞게 수정하거나 폐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위스 보수층은 정치적 중립국인 스위스의 자치권이 환경 보호, 경찰 협력, 항공 및 교역 등과 관련한 국제조약 때문에 위협받고 있다며 ‘스위스법 우선법’을 도입해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자고 주장해왔다. SVP는 법안을 제안하면서 “스위스 국민의 힘을 키우고 스위스 미래를 결정하는 발언권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유럽연합(EU)과 유엔이 스위스 주권을 침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반대율 67% 달했던 이유는
EU와 관계경색땐 경제적 타격
사회 혼란 불가피 우려도 커져
‘스위스법 우선법’ 도입이 부결된 것은 스위스 국민 다수가 이 법이 제정되면 EU와의 관계가 경색돼 외교·경제적 타격으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스위스는 EU 회원국이 아니지만 양자 협정을 통해 EU 회원국들과 동등한 권리를 누리고 있다. 지난 1992년 국민투표에서 EU의 전신인 유럽경제지역(EEA) 가입 안건이 부결된 후에도 EU로부터 통행의 자유를 보장받고 다방면에서 EU 규정을 따르는 것이 현실이다. 스위스와 100개가 넘는 양자협정을 체결한 EU는 스위스 최대 교역 상대이기도 하다.
이처럼 양측이 긴밀한 관계를 형성한 상황에서 스위스와 EU의 관계가 악화할 경우 적잖은 경제 피해와 사회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컸다.
스위스경제연합회의 얀 아텐스란더는 로이터통신에 “이번 국민투표 결과는 스위스 유권자들이 현 법제도 체계에 만족하며 이를 바꿀 필요가 없다고 느낀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며 “만약 안건이 가결됐다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전 세계에서 스위스의 입지에 타격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