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 황 위워크 랩스 코리아 총괄이 위워크 랩스 사업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위워크
“한국 스타트업은 해외 진출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데 사업 시작단계부터 해외 시장에 맞춰 비즈니스모델을 내놓거나 성장과 동시에 계속해서 진출 방식을 생각해 나가야 그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내수시장이 한국보다 훨씬 작은 이스라엘에서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이 활발한 것도 그 이유죠.”
사무엘 황(35·사진) 위워크 랩스 코리아 총괄은 26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한국 스타트업이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초기 단계부터 해외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황 총괄은 지난 1990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가 최근 고국 땅을 다시 밟은 한국계 미국인이다.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기계공학 학사, 재료공학 석사 출신인 그는 2000년대 회사 내부에서 전문가를 빠르고 쉽게 찾아주는 데이터베이스(DB)기반의 서치 엔진을 토대로 창업했던 경험이 있다. 그 이후에는 대학원을 마친 후 학교에서 열린 상품 디자인 경연대회에서 직접 개발한 에듀케이션 토이로 우승하면서, 다시금 창업의 길로 돌아갔다. 그는 중국 신동방교육과학기술그룹이 미국에 상장해 대박을 터뜨린 일과 MIT에서 경험한 퍼스널 러닝 시스템 등이 자신의 창업 아이디어를 자극했다고 회상했다.
결국 그가 사업 아이템으로 잡은 것은 중국에서 유학을 준비 중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투오프라인(O2O) 플랫폼. “미국에서 자란 저에게는 중국이든 한국이든 외국이었는데, 그 중 시장이 큰 곳에 도전하겠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중국어 한 마디도 못했지만 사업 아이디어와 패기만 갖고 상하이로 건너가 2009년 뉴 패서웨이 에듀케이션(New Pathway Education)을 창업했다”고 말했다. 토플이나 미국 수학능력시험(SAT) 등 진학 영어시험 정보와 튜터링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시기여서 사업은 승승장구했다.황 총괄은 창업과 성공적인 엑시트(exit)와 기업 투자를 두루 경험해본 뒤 우연히 위워크코리아 관계자를 소개받고 지난 6월 아시아 최초의 위워크 랩스 총괄 자리에 앉게 됐다. 한국을 시작으로 인도와 싱가포르에 추가된 위워크 랩스는 초기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사업 전략과 마케팅, 인사, 회계, 법무 등 경영 전반에 대한 내용을 조언해준다. 단순히 사무실을 빌려주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성장을 적극 돕는 프로그램이 제공되는 것이다.
입주사 1인당 40만원이라는 유료 서비스지만 기업 운영에 핵심적인 서비스를 패키지로 지원하기에 입주 기업들의 만족도가 높다. 특히 위워크 해외 지점망을 활용해 글로벌 진출을 지원한다는 점이 스타트업에게는 매력적인 부분이다. 황 총괄은 “A라는 스타트업이 B국가에 진출하려고 계획한다면, 우리는 현지 위워크와 연계해 어떤 이들을 만나야 할지, 어떤 벤처캐피탈(VC)과 접촉해 투자를 받아야 할지를 알려준다”며 “사업에 필수적인 시장 데이터를 수집해 해외 전략을 세우는 데도 도움을 주는 것은 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투자와 협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업간 네트워킹을 조성해야 성장의 씨앗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위워크 랩스는 선릉·여의도역·역삼역 2호 등 각 지점별로 특화 분야를 나눴다”고 덧붙였다.
시작한 지 반년이 채 안 됐지만 벌써 성과가 나오고 있다. 입주사 가운데 인공지능 기반 에듀테크 기업인 뤼이드와 키즈카페·콘텐츠 기업 플레이즈에듀테인먼트가 베트남 진출을 앞두고 있다. 차세대 엑스레이 기술기업 어썸레이도 글로벌 진출을 계획 중이다. 초기 단계의 회사를 지원하는 위워크 랩스를 졸업하고 위워크 프라이빗 오피스에 둥지를 튼 신선 샐러드 배송 서비스 기업 프레시코드와 콘텐츠 기업 엔비져블도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황 총괄은 “앞으로는 아주 초기 단계의 기업을 지원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시리즈 A, 시리즈 B 등의 투자를 유치한 경험이 있는 스타트업을 위한 별도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라며 “기존에 창업을 생각하지 않았던 계층, 특히 여성의 창업이 확대되어 창업 생태계 전반이 활성화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