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사진) 쿠팡 대표가 외신 인터뷰를 통해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20억 달러 투자를 바탕으로 국내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장기적 비전에 따라 꾸준히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오프라인에서 강점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e커머스 시장도 장악하려는 롯데·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한 부분이다.
김 대표는 26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에 출연해 “국내 시장에서 훨씬 더 많은 기회가 있기 때문에 여기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투자 유치 이후 처음으로 나선 인터뷰에서 그는 “한국 e커머스 시장은 매우 빠르게 성장 중”이라며 “현재 시장 규모는 세계 5위지만 이대로라면 미국·중국에 이어 세계 3위로 올라설 기세”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유료회원제 ‘로켓와우’, 신선식품 새벽배송 ‘로켓프레시’, 공유형 식음료 배달 ‘쿠팡이츠’ 등 최근 선보인 다양한 서비스를 중심으로 혁신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회사를 매각할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트업들이 대규모 투자 유치 후 매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혹시 회사를 팔 계획이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장기적 비전에 따라 임하고 있으며 현재는 회사가 몸집을 키우는 단계”라고 강조했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투자도 장기적 투자로, 이 같은 맥락에서 멀리 내다보고 한 결정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행동주의 투자자 빌 애크먼도 쿠팡에 초기 투자한 만큼 입김이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도 김 대표는 “그 역시 다른 장기 투자자들과 같이 한다”고 답을 피했다.
그는 쿠팡이 성장하고 있는 만큼 올해 매출 5조 원을 예상한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김 대표는 “시장의 혁신과 성장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쿠팡의 성장도 빨라지고 있다”며 “올해 매출이 전년대비 70% 성장할 것으로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의 인터뷰는 쿠팡이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투자를 등에 업고 앞으로 한층 더 공격적 투자와 경영활동을 벌일 것임을 재확인한 대목이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두 번의 투자의 결과 쿠팡의 최대주주인 미국 ‘Coupang LLC.’의 지분 30% 이상을 확보한 최대주주가 됐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김 대표가 경영권 유지를 위한 장치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쿠팡을 내세워 소프트뱅크가 국내 시장에서 대리전을 한다는 전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특히 기존 오프라인 유통 강자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들이 온라인 노하우는 떨어지는 대신 쿠팡과 비슷한 사업모델을 유지하며 자금력으로 싹쓸이할 수 있다고 믿었을 텐데 쿠팡이 이들에게 밀리지 않음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다만 펀드가 대주주인 만큼 엑시트를 고민하지 않을 수는 없게 됐다고 업계 안팎에서는 분석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펀드도 만기가 있는 만큼 언젠가는 자금 회수를 고민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리고 물류, 결제 등의 효율화와 혁신에 더 많은 자금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쿠팡에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다는 말도 업계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