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 자료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의 현금 유보금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2조달러에 육박했으며 이 가운데 70%가량은 해외에 보관됐었다. 역외보관 비중이 높은 것은 기업들이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해외에서 거둔 이익을 미국으로 들여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디스가 신용도를 평가하는 949개 비금융권 기업들의 재무자료를 살펴본 결과 올 상반기 말 전체 유보금은 6개월 만에 1,900억달러(전체의 9.5%) 줄어든 1조8,100억달러에 그쳤다고 FT는 전했다.
이는 지난 20년간의 추세를 고려할 때 현금 유보금이 줄어드는 전환점이 됐다고 FT는 설명했다.
■ 20년만에 현금유보금 감소 왜
주가안정 효과 자사주 매입확대
경기회복 반영 투자비용도 늘어
미국 기업들이 현금 유보금을 줄인 첫 번째 요인은 자사주 매입 확대라고 볼 수 있다. 주주들의 요구로 주가를 안정시키는 것은 물론 주주가치 제고와 경영권 방어라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기 위한 조치다. 무디스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액은 950억달러 규모로 전년동기 대비 40%가량 늘었다. 특히 현금 유보금이 많은 기업일수록 자사주 매입 규모가 컸다. FT가 자체 계산한 바에 따르면 애플과 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시스코시스템스·오라클 등 현금 유보금이 많은 미국 5개 기업의 1~9월 자사주 매입액은 1,150억달러에 달했다.
투자비용도 적잖이 늘어났다. 현금 유보금이 가장 많은 미국의 5개 기업은 자사주 매입을 집중적으로 늘린 1~9월 투자액이 426억달러에 달했다. 올 6월까지 1년간 투자한 총지출은 700억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9% 정도 늘었다.
FT는 다만 이러한 추세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감세 효과 때문이라기보다 이전부터 강한 경기 회복세를 반영해 기업들이 스스로 증가한 이익만큼 투자를 늘렸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