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혹한기…엘큐브 2곳 문닫는다

[롯데百, 홍대·광복점 철수 결정]
영패션·게임 등 주력 콘텐츠
e커머스 소비 추세 두드러져
사드탓 유커 급감 '설상가상'
"몸집보다 실리…시장도 호평"
업계 점포 효율화 작업 한창


유통업계가 온라인 쇼핑의 증가 속에 오프라인 점포의 효율화에 나서면서 롯데백화점의 미니백화점 ‘엘큐브’ 매장 2곳이 2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엘큐브는 지난 2016년 젊은 층 고객의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취지로 의욕적으로 선보였으나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에 흔들렸다. 하지만 부진한 점포의 과감한 정리로 전반적인 수익성에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엘큐브 서울 홍대점과 부산 광복점을 이달 안으로 철수한다. 게임 전문관으로 운영했던 홍대점은 오는 30일로 영업을 종료하며, 내년 1월 중으로 스트리트패션 브랜드 ‘AA’에 매장을 임대한다. 광복점도 이달 말까지만 운영한 뒤 편집숍 ‘원더플레이스’와 미용실, 피부관리실 등에 매장을 넘긴다.

지난 4월 게임관으로 리뉴얼한 엘큐브 홍대점 입구의 모습. /사진제공=롯데백화점

엘큐브는 ‘찾아가는 미니 백화점’을 모토로 선보였던 패션잡화 전문점으로 전국 5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당시 백화점 업계에서 처음으로 한정된 종류의 상품을 특화해 판매하는 점포를 선보여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이번 2개 점포의 정리에 따라 전략도 재검토가 불가피해 보인다. 롯데백화점을 운영하는 롯데쇼핑 측은 두 점포 외에 이대점·가로수길점·세종점 등은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유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엘큐브 홍대점의 경우 지난 4월 전 층 매장을 게임관으로 재단장해 열 정도로 회복에 공을 들였으나 결국 문을 닫게 됐다. 광복점 역시 가상현실(VR) 게임 체험장 등을 입점시키는 등 노력을 기울였으나 부진했다. 홍대점은 지난 2016년 3월 개점한 엘큐브의 첫 점포로 나름의 상징성이 컸다. 주변 상권도 1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엄청난 유동인구가 몰리기 때문에 위치 면으로도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갈등 여파로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급감한 영향을 받았다.

또한 주 타깃 고객인 젊은 층의 트렌드 변화가 극심한 점도 난관이었다. 엘큐브가 위치한 대학가나 가로수길 등은 유행의 최전선으로 꼽힌다. 패션·외식 등 여러 분야에서 트렌드가 바뀌는 주기가 너무나도 짧은데, 이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홍대점은 게임관으로 리뉴얼한 이후에도 초기에는 게임 마니아들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장사진을 이뤘지만 유행하는 게임이 반년도 안 돼 급격히 교체되는 흐름을 따라갈 수 없었다는 게 문제였다. 쇼핑의 주도권이 온라인·모바일 등 e커머스로 넘어가는 점도 부담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패션, 게임 등 엘큐브에서 다룬 콘텐츠가 온라인에서 주로 소비되는 것들이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수익성이 부진한 점포를 몸집 문제로 안고 가기보다 정리하고 있다는 차원에서 시장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화점부문의 실적이 매출 회복세를 보이는 것과 맞물리면서 올 4·4분기나 내년에는 수익 측면에서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얘기다.

한편 롯데백화점을 비롯한 유통업계는 부진한 점포의 효율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으로도 수익성이 부진한 점포들은 계속 정리하는 작업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백화점은 롯데아울렛 의정부점을 건물 임대주와의 지속적 마찰에 따라 폐점하고, 안양점도 평촌점 오픈에 따라 상권이 겹치는 점 때문에 엔터식스와 영업권 양도 협상 중이다. 인천점과 부평점은 내년 1월 문을 여는 인천터미널점과 상권이 겹쳐서 부동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신세계의 경우 이마트가 지난해 11월 울산 학성점을 폐점한 것을 시작으로 올 5, 6월에는 대구 시지점과 인천 부평점을 각각 정리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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