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남(왼쪽)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26일 베네수엘라를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이후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됐던 북미 핵 협상이 북한의 길어지는 침묵 탓에 방향도, 시간표도 잡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미국이 제재 완화 등 상응조치 대신 제재 압박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데 대한 북한의 불만 표시라는 분석과 함께 톱 다운 방식을 선호하는 북한이 실무·고위급회담에서 세세한 조건을 조율하기보다는 정상회담에서 통 큰 거래를 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은 지난달 7일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북미 교착 해소의 계기로 삼아 지난 8일(현지시간)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뉴욕 회담을 추진했다. 하지만 북측의 요청으로 연기됐고 미국은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앞서 28일 만나자는 뜻을 북측에 다시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은 이번에도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폼페이오-김영철 라인’뿐 아니라 실무급인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워싱턴 회동도 계획됐다가 무산됐다. 고위급회담이 열리지 않으면서 후속 성격인 실무급회담도 어렵게 된 것이다.
북한의 이 같은 대응은 미국의 제재 지속에 대한 침묵 시위일 가능성이 있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는 “최근 북한의 언동을 보면 ‘종전선언’과 같은 상징적 혜택이 아니라 제재 완화와 경제 지원과 같은 실체적인 혜택을 더욱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 기조 유지에 더해 민주당은 더 큰 대북 압박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최고지도자’의 결정을 중시하는 북한 정권의 특성상 실무급이나 고위급 협상보다는 정상회담에서 ‘통 큰 거래’를 원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편 북한의 침묵으로 북미 교착 장기화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미 국무부는 “북한 당국자들과 빈번하게 접촉하고 있다”며 “얼굴을 직접 마주 보고 앉아서 하는 회담이든, 아니든 간에 우리는 북한 당국자들과 계속 대화를 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