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호 패션산업연구원장 "섬유산업 내서도 최저임금 차등적용 필요"

"근로시간 단축 등 환경변화 맞아
적절한 공동대응 나서야 하는데
원사·직물·봉제 등 생산구조 달라
업종별 체계적 조사 거쳐 대안 제시
패션산업硏 차원서 뒷받침할 것"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 환경이 변하고 있지만 가장 노동집약적인 섬유 업종에서는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섬유 산업 안에서도 분야별로 비용이나 생산 프로세스가 다른 만큼 업종별 차등 적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상호(62·사진)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원장은 29일 서울 강남 섬유센터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각종 노동 이슈가 쏟아지고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 경협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만큼 대한민국 주력 산업인 섬유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주 원장은 지난 1981년 쌍방울에 입사한 후 30년 넘게 국내 패션 산업에서 경력을 쌓은 업계 원로다. 1995년부터 2016년까지는 한국패션산업협회에서 상무이사와 센터장을 맡으며 협회 사업을 총괄했다. 지난해에는 제19대 대통령선거대책본부 패션산업발전특위 위원장을 맡아 패션 산업 정책에도 조예가 깊은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1월에는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원장으로 취임해 국내 패션 산업 연구를 맡았다.


그는 노동 관련 이슈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기초 연구부터 제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들어 섬유·패션 업계에서는 정부의 노동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제기됐지만 관련 연구가 부족했던 나머지 체계적인 대안을 내놓지는 못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주 원장은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화 같은 대안을 정부에 내놓아야 하는데 섬유 업계에서는 이를 위한 근거를 조사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그러다 보니 정부에서 ‘대안을 내보자’고 해도 우리 업계에서 안건을 제시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섬유 산업은 공정별로 크게 업 스트림(원사), 미들 스트림(직물·염색가공), 다운 스트림(봉제·의류·패션)으로 나뉘어 있어 업종별 비용·생산구조가 상이하다. 섬유·패션 업계가 노동 이슈에 대한 입장은 물론이고 ‘적정 최저임금’에 대해서까지 합의를 내리기 힘들었던 이유다. 주 원장은 “각 스트림별 조사가 이뤄져야 최저임금 차등화나 근로시간 단축 유예 등의 대안을 공동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저희 연구원이 모든 패션·섬유 업계를 관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동 이슈에 대해 연구해 우리 업계가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북경협은 주 원장이 집중하고 있는 또 다른 정책 이슈다. 국내 패션 업계의 마지막 ‘기회의 땅’으로 북한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주 원장은 “북한은 인건비도 저렴하고 지리적으로 우리와 인접한데다 임가공 기술력도 높다”며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처럼 노동비용이 낮은 국가를 찾아 나서고 있는 우리 섬유 업체에 상당히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특히 주 원장은 북한이 봉제시설을 이미 상당수 갖췄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상당수의 국내외 기업들이 북한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위탁해 북한에는 현재 봉제시설이 많다”며 “이 시설을 활용하되 국내 기업들이 북한에 기술교육을 시키고 유휴 봉제설비도 보낸다면 남북 모두 ‘윈윈’을 도모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은 올해 5월 ‘남북경협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고 7월 패션의류산업 남북경협추진위원회와 함께 ‘신(新)남북경협 추진을 위한 패션의류업계 대응 포럼’을 개최하기도 했다. 주 원장은 “북한 진출에 관심 있는 업체들을 위해 품목별 수요와 북한 소재 봉제공장에 대해 미리 조사해야 한다”며 “이런 준비가 이뤄져야 미국의 대북제재가 해제되는 시점에 맞춰 국내 패션 업체들이 순조롭게 북한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주 원장은 정부가 ‘토털 패션’이라는 관점에서 패션 산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보통은 패션을 ‘의류’에 국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범위를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범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구두·가방·의류는 물론이고 침구나 홈 텍스타일까지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토털 패션화’가 패션 업계가 나아갈 길”이라고 강조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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