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브린스덴(왼쪽) 필바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1일 호주 서부 필바라 지역에 위치한 광산에서 리튬 광석의 가공 공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포스코
호주 서북단에 위치한 철광석 선적 항구인 필버라 지역 포트헤들랜드에서 흙먼지가 날리는 비포장도로를 뚫고 차를 타고 두 시간 정도 이동하면 색다른 광경이 펼쳐진다. 서호주 필버라 지역은 원래 철광석 매장량이 많은 곳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때문에 대지도 붉은 빛깔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와 달리 포트헤들랜드에서 남동쪽으로 120km 떨어진 필간구라는 백색을 띠고 있었다. 필간구라는 포스코가 앞으로 100년 먹거리로 내다보고 키우는 2차 전지 소재 산업의 핵심 원료인 ‘리튬’ 광산이기 때문이다.
필간구라 광산은 호주증권거래소(ASX)에 상장된 광산개발업체인 필바라가 소유하고 있는 광산이다. 광산 총 규모는 470㎢이며 리튬 원광 자원량은 2억 2,600만톤으로 전세계 최대 리튬 광산 중에 하나로 꼽힌다. 필간구라 광산은 지난해 연 33만톤 규모의 1단계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지난 달에 첫 양산품을 생산해 중국 제너릴리튬 사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지난 21일 방문한 필간구라 광산에는 리튬 원광을 파내는 작업부터 원광을 분쇄공정을 통해 지름 35㎜ 이하 크기로 잘게 부수고 다시 지름 3.35㎜ 이하의 괴광 형태 리튬 정광으로 만드는 작업까지 쉴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현재 연 50만톤 규모의 2단계 프로젝트를 가동하기 위한 설비 증설 작업이 진행 중이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간다.
포스코(POSCO(005490))는 지난 2월 필바라로부터 필간구라 광산 지분 4.75%를 7,950만호주달러(약 650억원)에 인수했으며, 오는 2020년 상반기부터 필간구라로부터 원료를 공급받는다. 포스코는 지난 2010년부터 리튬을 생산하기 위한 기술 개발과 원료 확보에 심혈을 기울여 왔으며, 필간구라 광산에 투자하면서 8년 만에 처음으로 안정적인 원료 확보라는 결실을 봤다. 포스코는 이를 통해 연간 8만톤 규모의 리튬 정광을 확보했으며, 향후 필바라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고 추가 투자(7,950만호주달러)를 통해 연 최대 24만톤의 리튬 정광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한 포스코는 필바라와 설립하는 조인트벤처를 통해 광양 율촌 산업단지에 연산 3~4만톤 규모의 광석을 이용한 리튬 제조 공장을 짓고 2020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광석뿐만 아니라 염호를 통해서도 안정적인 리튬 원료를 확보하고 있다. 포스코는 최근 호주 ‘갤럭시 리소스’가 소유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살데비다 염호를 2억 8,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포스코는 오는 2021년 하반기부터 아르헨티나 염호에서 연간 2만 5,000톤 규모의 리튬을 생산할 계획이다. 구본웅 포스코 신사업실 PosLX추진반 차장은 “최근 리튬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측면이 있어 원료 확보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포스코가 가진 리튬 추출 기술(PosLX)은 광석과 염수에 동시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원료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올해 호주 필간구라 광산과 아르헨티나에서 확보한 염호를 바탕으로 오는 2021년 하반기께 연산 5만 5,000톤 규모의 리튬 생산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까지 국내외에서 2,500톤 규모의 데모플랜트 가동을 완료해서 상용화를 위한 준비를 마칠 예정이다.
포스코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전 세계 리튬 수요는 올해 26만 8,000톤 수준에서 오는 2025년에는 70만 8,000톤 수준으로 3배 가까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가 관련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이유다. 켄 브린스덴 필바라 최고경영자(CEO)는 “포스코는 세계 최고의 리튬 추출 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은 삼성SDI와 LG화학이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업체도 보유하고 있다”며 포스코와의 파트너십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냈다.
/필간구라(호주)=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