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브리핑]최대 IT전시회 獨 '세빗' 33년 만에 역사속으로

■세빗이 문 닫는 까닭은
CES·MWC와 경쟁서 실패
올 관람객 12만명에 불과

지난 6월 열린 ‘세빗 2018’ 행사장 모습. /서울경제DB

한때 세계에서 가장 큰 정보기술(IT) 전시회였던 ‘세빗(CeBIT)’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28일(현지시간) 주최 측인 도이체메세는 홈페이지에 보도자료를 내고 내년부터 세빗을 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도이치메세는 “지난 33년간의 관심에 감사드린다. 2019년 세빗 하노버는 취소됐다”고 공지했다. 요헨 쾨클러 도이치메세 최고경영자(CEO)는 “세빗이 하노버에서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산업기술전 ‘하노버 페어’와 겹친다는 지적에 따라 내년부터 세빗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986년부터 개최된 세빗은 특히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 글로벌 ‘닷컴붐’을 타고 세계 최대 IT 전시회로 부상했다. 하지만 한때 최대 85만명에 달했던 관람객이 지난해 20만명, 올해는 12만명으로 줄어드는 등 최근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걸었다.

세계 경제에서 IT 산업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와중에도 세빗이 ‘흥행 부진’으로 사라지게 된 것은 차별화된 경쟁력 부족으로 IT 전시회의 후발주자인 미국의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및 스페인 ‘MWC(Mobile World Congress)’ 등에 밀려났기 때문이다. CES가 가전, MWC는 이동통신이라는 각각의 강점을 앞세워 명성을 쌓은 것과 달리 세빗은 ‘모든 것을 한다’는 모호함으로 일관했다. 이 때문에 CES와 MWC가 해당 분야의 최신 기술이나 최근 개발품을 선보이는 기술 경연장으로 자리매김한 것과 달리 세빗은 이미 소개된 제품과 기술을 놓고 바이어들이 구매상담을 벌이는 측면이 강했다. 세빗 측은 최근 기업간거래(B2B)를 강화하고 중국 기업 유치에도 적극 나섰으나 끝내 약점을 만회하지 못했다.

게다가 CES과 MWC가 각각 1, 2월에 열리는데 세빗이 3월에 개최된다는 점도 업계에 피로도를 누적시켰다. 세빗은 올해 개최 시기를 6월로 변경했지만 관심을 끄는 데 실패했다.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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