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29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의 담판을 앞두고 긴장이 지속되면서 소폭 하락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27.59포인트(0.11%) 하락한 25,338.84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5.99포인트(0.22%) 하락한 2,737.80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8.51포인트(0.25%) 내린 7,273.08에 장을 마감했다.
시장은 이번 주말 정상회담을 앞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정책 관련 소식과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등을 주시했다. 연준의 통화 긴축에 대한 우려가 한층 완화됐지만, 무역협상에 대한 긍정적 소식과 부정적 전망이 엇갈리면서 주가지수는 이날 등락을 거듭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가 중국의 자동차 관세 문제를 강하게 비판한 영향으로 뉴욕증시는 이날 약세로 출발했다. 당초 이번 정상 간 만찬에 배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던 대중 강경파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배석하는 것으로 결정됐다는 보도도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모호한 발언을 내놨다. 그는 이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아르헨티나로 출발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과 무엇인가를 하는 데 매우 가까워졌다”면서도 “하지만 내가 이를(협상 타결을) 하고 싶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만났던 미중 정상이 악수를 하고 있다. 내달 1일 두 사람이 양국간 무역담판에서 얼마나 합의를 이뤄낼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는 “지금도 관세와 세금으로 수십억 달러가 미국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라면서 “중국은 협상타결을 원하며 나도 합의에 대해 열려 있지만, 솔직히 현재 우리가 맺고 있는 협상도 좋다”고 덧붙였다.
무역협상 관련 긍정적인 소식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중국 양측 관계자들을 인용해 양국이 추가 관세를 내년 봄까지 보류한 가운데 추가 협상을 이어가는 것에 근접했다고 보도했다. 추가 관세를 보류하는 대신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및 에너지 제품에 대한 수입 규제를 풀고, 지식재산권 문제 등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를 이어가는 방식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WSJ 보도와 완화적인 FOMC 성명서 내용 등으로 다우지수는 상승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11월 FOMC 의사록에서는 오는 12월 금리 인상 방침이 확인됐지만, 내년 통화 정책과 관련해서는 연준의 입장이 한층 완화적으로 변했다는 점이 확인됐다.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향후 통화정책 성명에서 ‘추가적인 점진적 금리 인상이 적절하다’는 현재 가이던스를 지표 대응 중요성을 한층 강화하는 쪽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전날 “현 금리는 중립 금리 바로 아래에 있다”고 발언했던 것과 궤를 같이하는 내용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연준 긴축에 대한 우려가 경감된 가운데 이번 주말 미·중 정상회담 결과가 증시 방향성을 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에 앞서 마감한 유럽 주요국 증시는 이날 미국이 금리인상 속도 조절을 시사한 영향으로 강세를 보였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0.49% 오른 7,038.95로 거래를 마감했으며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는 0.46% 오른 5,006.25로 장을 마쳤다. 범유럽지수인 Stoxx 50지수는 3,174.16으로 종료돼 0.19% 상승했다. 다만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약보합세를 보이며 1만1,298.23으로 거래를 마쳤다.
유럽증시 역시 미중 무역전쟁과 유가를 포함한 주요 글로벌 경제 이슈가 논의되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관망세에 다시 힘이 실리며 장 막판에 상승 폭이 다소 꺾였다.
국제유가는 이날 큰 폭으로 올랐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16달러(2.3%) 상승한 51.4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내년 1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0.6달러 가량 오른 59.4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비회원국이지만 세계 3대 산유국인 러시아가 감산에 동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됐다.
국제금값은 강보합권에 머물렀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내년 2월물 금은 온스당 0.60달러(0.05%) 상승한 1,230.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연준의 긴축 완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달러화가 약세를 나타내 금값이 연이틀 상승 압력을 받았지만, 그 폭은 크지 않았다.
/뉴욕 = 손철 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