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단독] AMC 인가 신청 … 리츠 닻 올린 롯데

지주사 자본금 100억 전액 출자
계열사 보유 부동산 유동화 전망


롯데그룹이 리츠(부동산투자회사)자산관리회사(AMC) 설립을 본격화한다. 롯데리츠(가칭)는 마트·백화점·호텔 등 그룹이 보유한 부동산을 사들여 여기서 나오는 임대료를 리츠 투자자들에게 배당할 계획이다.

30일 리츠 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최근 국토교통부에 ‘리츠자산관리회사(AMC)’ 예비 인가 신청을 냈다. AMC는 자본금 100억원이며 100% 롯데지주가 출자한다. 국토부는 신청 내용을 검토해 결격사유가 없으면 예비인가를 내주고 본인가 심사 과정을 밟는다. 내년 초 예비인가가 나오면 약 3개월 후에 본인가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리츠의 특징은 롯데자산개발·롯데쇼핑이 아닌 지주사 차원에서 부동산 자산운용사를 설립한다는 점이다. 롯데 계열사들이 보유한 마트·호텔·백화점·임대주택·물류시설·롯데월드 등 다양한 부동산을 유동화하거나 개발하겠다는 포석이다.


롯데 관계자는 “AMC가 관리할 자산이 일부 계열사 부동산에 국한되지 않고 전체 롯데그룹이 보유한 부동산 전반이기 때문에 지주사가 100% 출자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보유 자산의 유동화뿐만 아니라 개발을 통한 신규 부동산 투자도 사업영역”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롯데마트와 백화점 등 리테일 매장이 우선적으로 리츠를 통한 유동화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4년 초 롯데쇼핑은 20여개의 롯데백화점과 마트를 묶어 설립하는 1조원대의 리츠를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하기 위한 현지 인허가를 획득한 바 있다. 그러나 결국 증시 상황과 롯데쇼핑 신용등급 하향 등의 문제로 상장계획을 철회시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부동산 개발과 보유가 유통업 성장의 한 축이었지만 이제는 대형 유통사들이 부동산으로 돈 벌던 시대는 지났다”며 “유동화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신규 사업에 투자하는 등 효율성을 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롯데마트는 총 122개 매장이 있으며 이중 약 70여개를 롯데쇼핑이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는 2011년부터 외부에 매각해 세일앤드리스백 형식으로 장기 임차 중이다. 아직까지 유동화 대상 부동산과 규모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는 게 롯데 측의 공식입장이다.

유통사의 리츠 상장은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내년 2월에는 홈플러스 리츠 상장이 예정돼 있다. 전국 홈플러스 점포 40여곳을 운영하는 위탁관리 리츠를 설립해 이를 내년 2월께 상장할 계획이다. 다만 내년 2월 예정돼 있는 홈플러스 리츠의 상장이 향후 롯데마트·백화점 리츠 추진의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모 금액만 1조7,000억원에 달하는데다 오프라인 상업시설에 투자하는 ‘리테일 리츠’에 대한 투자 심리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홈플러스 리츠의 상장 성공 여부에 대해 시장에서는 반신반의하고 있다. 홈플러스 리츠가 성공적으로 증시에 안착하지 못할 경우 유사한 종류의 리츠를 롯데가 연달아 내놓기에는 부담이 크다. 롯데 관계자는 “단순히 보유한 부동산을 리츠로 만들어 현금화하는 차원이 아니라 그룹 차원의 부동산 개발·운용업을 아우르는 확장성을 갖춘 AMC를 설립할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사업방향은 내년 본인가 이후에나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