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자기주식 소각을 결정했지만 정작 주가는 소폭 하락했다. 이미 예상된 호재인 탓이다.
삼성전자는 30일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4억4,954만2,150주(현재 발행 주식 수의 7%), 우선주 8,074만2,300주(9%)를 소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각 예정 금액은 약 4조8,751억원이다. 소각 절차는 다음 달 4일 완료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보유 중인 자사주 중 절반을 우선 소각하고 나머지도 소각할 예정이라고 밝혔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당순이익(EPS)과 주당순자산(BVPS) 등 주당 가치가 상승해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사업경쟁력을 높여 지속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3.01% 하락한 4만1,850원에 장을 마쳤다. 자사주 소각은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삼성전자의 경우는 이미 예고된 소식이기 때문이다. 다만 앞으로의 상승세를 기대하는 매수세가 조금씩 몰리고 있다. 이달 들어 기관투자가는 삼성전자 보통주·우선주를 1,230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이중호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은 주주가치 제고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며 내년에 강력한 주주 환원책이 기대된다”며 “메모리 수요에 대한 과도한 우려가 이미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상승 여력에 초점을 맞출 때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삼성전자 주가가 올 들어 17% 넘게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력적인 주가라는 평가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내년 주가수익비율(PER)을 6.7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0배로 추정했다. 이는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지금의 절반인 30조원에 불과했던 시기와 비슷한 밸류에이션이라는 분석이다. /유주희·박효정기자 ging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