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오뚝이 사업가'가 B2C '크라우드 펀딩'에 나서기까지

김철현 아이픽스월드 대표
30년 가까이 원사·섬유업 하다 두번 폐업
B2C인 스타킹에 나서 '세 번째 창업' 나서
마케팅·자금조달 일환으로 크라우드펀딩
"100% 모금액 달성 성공해 다행이면서도
끝끝내 포기하지 않고 사업 이어나갈 것"


“지난해 ‘에코아이 레이첼 코튼 스타킹’을 출시하며 처음 소비자 시장에 진입했습니다. 중소기업 입장에선 홍보나 자금조달에 다소 애로가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 11월 크라우드 펀딩에 나섰습니다. 이번에 100% 모금에 성공해 한 숨 돌렸다는 생각입니다.”

김철현(사진) 아이픽스월드 대표는 1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25년간 원사(原絲)와 기능성 섬유를 개발했었다”며 “그런데 이때까지 원사·섬유업에 종사하다 보니 의류에 관심이 있었던 데다, 원체 스스로 호기심 천국이라 생각할 정도로 개발하고 싶은 제품이 많아, 지난해에 에코아이 레이첼 코튼 스타킹을 처음 내놓았다”고 말했다. 아이픽스월드는 지난달 8일부터 네오스프링을 통해 진행한 ‘에코아이 레이첼 코튼 스타킹’ 크라우드펀딩에서 목표 모금액인 500만원을 지난달 29일 달성했다.

김 대표는 업계에서 ‘오뚝이 사업가’로 통한다. 지난 30년 가까이 원사·기능성 섬유 순으로 사업을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두 차례 회사 문을 닫으며 어려움도 겪었다. 그러나 2011년에 아이픽스월드를 세우며 ‘세 번째 창업’에 나섰다. 김 대표가 계속 사업을 이어나가는 이유는 “재도전하는 삶 자체가 진정한 성공”이라는 그의 신념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김 대표는 정부기관으로부터 유독 우수 재창업 사례로 다수 선정됐다. 2016년 신용보증재단중앙회에선 재도전기업인상을 받았으며, 지난 11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한 ‘2018 스타트업 페스티벌’에서는 ‘혁신적 실패사례 공모전’에 입상한 15개 기업에 들었다.

특히 이때까지 기능성 섬유와 원사같은 ‘B2B 소재’를 주로 취급하던 김 대표에게 ‘스타킹’은 ‘완제품 생산을 해보고 싶다’는 그의 욕구와 맞닿아 있다. 실제로 이번에 크라우드 펀딩 모금에 성공한 ‘에코아이 코튼 스타킹’은 김 대표가 이때까지 쌓아온 섬유개발 기술을 집대성한 제품이다. 그는 “이를테면 섬유업의 업 스트림인 ‘원사’에서 미들 스트림인 ‘섬유’를 거쳐 다운 스트림인 ‘스타킹’으로 내려오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기존에 기능성 섬유를 납품하며 섬유에 은나노와 피톤치드를 코팅하는 독자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토대로 그는 지난해 기존 나일론 스타킹과 달리, 은향균·피톤치드를 씌운 면·폴레우레탄을 기반으로 ‘에코아이 레이첼 코튼 스타킹’을 출시했다. 스타킹 발바닥에 피톤치드 향균 면을 덧씌워 발냄새와 무좀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기존의 원사 개발 노하우를 살려 통풍력을 높여 여성질환도 방지할 수 있게끔 했다.

김 대표가 스타킹에 관심을 기울인 건 과거 같이 일하던 한 직원 때문이었다. 그는 “과거 회식 때마다 가장 늦게 들어오는 여자 직원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 직원이 유독 발 냄새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며 “그게 스타킹의 재질 문제라는 걸 알게 돼 ‘나중에 발바닥이 나일론이 아닌 면으로 편직된 스타킹을 만들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고 개발 동기를 설명했다.

네오스프링에 게재된 아이픽스월드의 크라우드펀딩 공고,/네오스프링에서 갈무리

김 대표는 창업진흥원이 동영상 제작비 등 400만원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네오스프링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B2C(기업·소비자간 거래) 사업으로 전환하면서 마케팅비가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김 대표는 “그나마 지난해 창업도약패키지 지원대상자에 선정되면서 스타킹으로 업종전환을 할 순 있었지만, 아무래도 시중에 마케팅을 하려면 자금이 많이 필요해 크라우드 펀딩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자신감이 있었다. 우선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다. 이때까지 섬유소재를 취급해온 노하우로 2015년엔 ‘임산부용 압박스타킹’으로, 올해에는 ‘이중파일편성구조를 구비하는 기능성 스타킹 양말’로 특허를 등록했다. 지난해 서울지방중소기업청으로부터 수출유망중소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시장 검증도 거쳤다. 김 대표는 “과거 중국 스타킹 공장을 견학할 일이 있었는데, 여기서 이중 조직으로 스타킹 제품을 만드는 걸 보고 ‘발바닥에 면으로 편직하면 좋겠다’고 떠올렸다”며 “시장조사 차원에서 수백 켤레를 뿌렸는데 의외로 반응이 괜찮았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그는 네오스프링에서 9~10월 진행한 모의 크라우드펀딩 대회에서 모금액 8억8,800만원을 기록해 1등을 기록하기도 했다.

아이픽스월드는 6개월 전 업력 7년 이상 기업이 돼, 창업기업으로서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그는 앞으로의 여정을 ‘재창업기업가의 성장 스토리’로 이어갈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완전히 B2C로 전환하고, 창업기업이라는 발판에서도 곧 벗어나지만, 역으로 재도전기업가로서 성장과정을 이어나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끝끝내 포기하지 않는다면 실패자가 아닌 것 아니겠나”라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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