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이 만난 사람] 안영배 한국관광공사 사장 "국정홍보처 그만두고 국토종주...관광산업 기여 꿈 품었죠"

10년만에 원하던 여행업무 맡아
"직원들에 창의력 키워라" 첫 주문
상품 차별화·휴가문화 정착 온힘

안영배 한국관광공사 사장

“지난 2008년 봄 국정홍보처 차장을 그만둔 뒤 한 달 동안 국토 종주를 했습니다. 그때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강산을 실컷 구경하면서 ‘언젠가는 나도 관광 분야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꿈을 품었습니다.”


안영배(56·사진) 한국관광공사 사장에게 ‘여행과 관련한 특별한 경력이 없는데 어떻게 공사를 이끌게 됐느냐’고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안 사장은 벌써 10년이나 지난 그 당시를 회고하며 “참여정부에서 5년간 공무원으로 일한 뒤 몸과 마음이 다 탈진한 상태에서 배낭 하나 둘러메고 떠났다”고 돌이켰다. “난생처음으로 홀로 떠난 배낭여행이었어요. 해남 땅끝마을에서 출발해 강원도 고성의 통일전망대까지 걸으면서 ‘우리나라 구석구석에 이렇게 관광명소가 많구나’ 하고 감탄했습니다. 하루에 적게는 25㎞, 많게는 50㎞씩 이동하면서 지난날을 정리하고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차분히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죠.”

먼 길을 돌고 돌아 10년 만에 꿈을 이룬 안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직원들에게 “창의력을 키우라”는 주문부터 했다. 안 사장이 직원들의 연차 사용 현황을 파악한 뒤 “2주 이상의 장기휴가를 다녀오라”는 특명을 내린 것도 이런 소신에서 비롯된 조치였다. 안 사장은 “관광정책의 틀을 짜는 공사 직원들이 휴가 한번 제대로 다녀오지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관광산업의 혁신을 이끄는 것은 절대적인 근무시간이 아니라 톡톡 튀는 개성으로 반짝이는 아이디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임기 동안 한국 관광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만큼이나 국민들이 마음 놓고 휴가를 갈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싶다는 뜻을 드러냈다. “주52시간근무제가 시행되고 ‘일과 삶의 균형’이 시대적 화두로 떠오른 상황임에도 여전히 많은 직장인들은 원하는 시기에 넉넉히 휴가를 다녀오기 힘든 게 현실이잖아요. 올바른 휴가문화의 정착은 결국 국내 여행 확대와 내수 진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올해는 업무파악도 하고 밀린 과제도 처리하느라 연차를 많이 쓰지 못했지만 내년에는 저도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2주 휴가’를 꼭 다녀오려고 합니다(웃음).”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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