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오후(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코스타 살게로 센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기내간담회에서 한미 불협화음에 대해 “도대체 어떤 근거로 그런 식의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불만이 좀 있었던 것 같다’는 질문에 대해서다. 문 대통령은 특유의 온화한 어투는 사라지고 다소 격앙된 표정까지 엿보였다. 그는 “한미 간에 불협화음 등은 전혀 없다는 것을 자신 있게 말하니 혹시 그런 말에는 전혀 흔들리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비핵화 프로세스에서 한미 간의 굳건한 관계는 필수적이므로 적극 방어하고 나선 것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협력도 미국·유엔과 작은 것도 모두 합의하며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미국이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협의 없이 이뤄진 것은 하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산가족상봉, 남북 개성연락사무소 개소, 철도연결 사전 공동연구 등에 대해 일일이 예를 들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에 물자가 들어가는 부분에 대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제재에 저촉될 소지가 없는지 미국·유엔안보리하고 수많은 대화 속에서 다 협의를 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대화가 조금 불편한 면들은 아예 한미 워킹그룹을 만들어 계속 실무적으로 협의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철도 연결에 대해 “착공 연결하는 일을 한다면 이는 국제제재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미국·유엔안보리 사이에 추가적인 협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문재인(오른쪽) 대통령이 1일 오후(현지시간) 뉴질랜드로 향하는 공군 1호기 기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관심을 모으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의 결단에 달린 문제”라고 정리했다. 그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서울 답방이 이뤄진다면 그 자체로서 세계에 보내는 평화적인 메시지, 비핵화에 대한 의지, 또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의지, 모든 것을 다 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미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 서울 답방이 한반도 평화정착에 추가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라고 공감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 2차 정상회담이나 고위급 회담 전에 답방이 이뤄지면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염려가 없지 않았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우려가 말끔히 사라졌다”고 속내를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서울 답방할 경우 메시지를 전해 달라는 당부를 저한테 하기도 했다”며 “김 위원장이 바라는 바를 자기가 이뤄주겠다. 이런 메시지”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다. 다만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 비핵화에 따른 ‘상응조치’에 대해 “반드시 제재 완화 또는 해소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라며 “한미 훈련 연기나 축소, 인도적 지원, 스포츠 교류도 있을 수 있고 정치적 선언으로 종전선언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비핵화 조치를 높이 평가하던 북한이 이 정도의 상응 조치를 반길지는 미지수다.
김 위원장 답방에 따른 교통 통제 등에 대해서 문 대통령은 “가장 신경 쓸 부분이 경호나 안전”이라며 “혹시라도 국민에 불편이 초래되는 부분이 있다면 조금 양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론분열 우려에 대해서는 “있을 수 없다”며 “한반도의 비핵화, 남북 간 평화가 이뤄지면 그것이야말로 국민이 바라는 바”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미가 비핵화 및 그에 따른 상응 조치에 대한 ‘타임 테이블’을 만들어야 한다고도 밝혔다. 또 “지난 1년간 북한은 일절 도발을 하지 않았다”며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의) 초기 진전이 워낙 빠르다 보니 요즘 한두 달 정도의 정체 때문에 뭔가 교착에 빠진 것 아닌가라고 걱정이 되는 것인데, 2차 북미 정상회담만 해도 내년 초, 그러면 얼마 남지 않았다. 이 과정이 잘 이뤄지리라고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가는 방향에 대해 자신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제가 보는 전망은 그렇다”고 답했다./오클랜드=윤홍우기자·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