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극우정당 복스의 산티아고 아바스칼 대표가 2일(현지시간) 안달루시아 지방선거 결과를 축하하고 있다. /세비야=로이터연합뉴스
서유럽에서 몇 안 되는 ‘극우면역국’으로 불리던 스페인에서 극우 군소정당이 처음으로 지방의회에 입성했다. 스페인에 좌파 정부가 들어선 지 반년 만에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불과 4년 전 창당한 극우당이 두자릿수 의석을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키면서 극우 열풍이 전국으로 확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일(현지시간) 안달루시아 지방의회 선거(개표율 99%)에서 극우당 복스(Vox)가 전체 109석 가운데 12석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스페인 의회에 극우당이 들어오는 것은 지난 1975년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 총통이 사망하면서 민주화를 이룬 이후 처음이다.
36년간 집권당 자리를 지켜온 사회노동당(PSOE)은 직전 안달루시아 지방의회 선거(2015년) 때보다 14석이나 줄어든 33석을 얻는 데 그쳤다. 연정 파트너인 아델란테 안달루시아의 의석은 3석 줄어든 17석에 머물렀으며 보수 야당인 국민당(PP)도 26석을 얻어 직전 선거 때(33석)보다 부진했다. 반면 중도우파 시민당은 9석에서 21석으로 의석 수가 두 배 이상 늘었다.
2014년 창당된 복스는 이민자와 이슬람주의자들을 적대시하고 카탈루냐 독립에 반대하면서 지지자들을 확보해왔다. 실업률이 치솟는 안달루시아에서 난민 우려까지 겹치며 복스의 지지율이 치솟은 것으로 풀이된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은 아프리카 모로코와 지브롤터해협을 사이에 두고 있어 난민 증가 우려가 상대적으로 큰 곳이다. 국제이주기구(IMO)에 따르면 올 들어 아프리카에서 스페인으로 유입된 난민 수는 8월 초 현재 2만5,000여명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 여론조사에서 최대 5석 확보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던 복스가 약진하면서 1982년 이래 안달루시아에 첫 우파 연립정부가 출범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복스가 두 우파 정당과 손잡을 경우 의석수가 과반(55석)을 이뤄 우파 정부를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다른 지방선거와 오는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극우 열풍이 전국으로 확산될 경우 온건적 난민정책을 펴고 있는 페드로 산체스 사회노동당 정부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영국 BBC방송은 “사회노동당과 정부의 입지가 줄어들면서 산체스 총리가 조기총선을 택하게 하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