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수사 최대 승부처…결과 따라 檢 희비 갈린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원이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게 영장을 발부할지가 사법농단 수사의 최대 승부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검찰은 두 사람에 대한 구속 수사에 성공할 경우 사법농단 수사의 최고 정점으로 꼽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까지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명분을 얻을 수 있다. 반면 실패하면 양 전 대법원장까지 수사 칼날이 미치지 못하며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났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게다가 자칫 무리한 수사로 사법부 독립만 훼손했다는 뒷말에 휩싸이면서 신뢰성 타격이 불가피하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따라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5일이나 6일께 열릴 수 있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거쳐 6~7일 사이 결정될 수 있다. 검찰은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두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직권남용, 직무유기, 허위공문서작성및동행사 등 혐의를 적용했다. 박 전 대법관에 대해서는 위계상공무집행방해 및 특가법상 국고손실 등 혐의를 더했다.


두 사람에 대한 구속 수사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구속 이후 검찰이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이다.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은 각각 지난달 19일, 23일 처음 포토라인에 섰다. 이후 검찰은 수차례에 걸쳐 이들을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했다.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도 각각 158쪽, 108쪽 분량에 달한다.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수사 성패를 가를 수 있는 터라 오랜 시간 동안 두 사람을 소환 조사하면서 구속 수사 준비에 만전을 기한 셈이다.

두 사람에 대한 구속 수사 여부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법리적 해석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한데다 법원 입장에서도 쉽게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은 사안이라는 이유에서다. 법원 입장에서는 두 사람에 대한 영장을 발부할 경우 전직 대법관 구속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 게다가 검찰에 양 전 대법관까지 수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게 된다. 사법부 신뢰성 추락이라는 후폭풍도 감내해야 할 숙제로 남는다. 반면 기각하더라도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법원 입장에서는 이래 저래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게 껄끄러운 사안인 셈이다. 법원이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영장 심사를 누구에게 맡길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고 알려진 점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현재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명재권 부장판사 또는 임민성 부장판사가 담당하는 게 유력하다고 알려졌다. 두 사람은 사법농단 수사에 대비해 서울중앙지법이 영장전담부를 3개에서 5개로 확충하며 최근 영장전담부에 합류한 이들이다. 박범석, 이언학, 허경호 부장판사의 경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연루 법관들과 근무 인연 등으로 중립성 논란이 불거질 소지가 있어 두 전직 대법관의 영장심사를 맡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 여부는 검찰이나 법원에 있어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며 “양측 모두 결과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만큼 검찰 안팎에서는 양측간 창과 방패의 대결이라는 비유까지 나온다”며 “결과에 따른 파급력이 클 수 있는 만큼 검찰이나 법원은 구속영장 발부·기각에 따른 후속 계획까지 철저히 준비하고 있는 듯 보인다”고 덧붙였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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