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인하될 예정이던 개인 간 대출(P2P·Peer to Peer) 투자 수익에 대한 세제혜택이 오는 2020년으로 미뤄졌다. 적용 기간도 당초 2년(2019~2020년)에서 1년으로 반 토막이 났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P2P 업체의 불법대출 영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따르면 기재위는 지난달 말 전체회의를 열고 P2P 투자에 대한 원천징수세율을 25%에서 14%로 낮추기로 했지만 시행 시기를 내년이 아닌 2020년 1월1일로 늦춰 의결했다. 기재위는 또 2020년 말까지 1년 동안만 한시적으로 낮추는 것으로 정리했다.
당초 정부는 내년부터 2년간 P2P 투자로 얻은 이자소득의 소득세율을 기존 25%에서 14%로 낮추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냈다. 이 경우 지금까지 P2P 투자로 100만원을 벌었을 때 세금으로 27만5,000원(지방소득세 포함)을 냈지만 앞으로는 15만4,000원으로 약 12만원을 더 벌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기재위의 수정 의결로 당분간 고율의 세금을 내야만 한다.
정부 안팎에서는 기재위가 P2P 사업자들의 불건전 영업을 우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P2P 연계 대부업체 178개사를 조사한 결과 사기·횡령 혐의가 포착된 곳만 20개사였다. 허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을 내세워 자금을 편취하거나 약속한 투자처에 대출하지 않고 대주주 및 관계자 사업자금에 유용한 사례도 있었다. 루프펀딩의 경우 피해자가 8,000명으로 피해금액만 400억원에 달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옛 저축은행에서 벌어지던 일들이 P2P 업체에서도 나타나고 있어 추가적인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P2P 업체로 자금이 쏠릴 수 있는 상황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세제지원을 할 만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도 이유다. 현재 금융당국은 P2P 업체에 대한 직접적인 관리·감독권이 없다. 세제혜택을 위해서는 근거 법률이 있어야 하는데 P2P 관련법이 없는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내년에는 P2P 법제화를 완료할 것이라는 예상도 반영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