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춘US]완전 고용? 경제에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FULL EMPLOYMENT? THE ECONOMY ISN'T ACTING LIKE IT

낮은 실업률은 역사적으로 경제 공황의 전조였다. 하지만 이번엔 아닐 수도 있다. By Geoff Colvin

지난 9월 실업률이 50년 만에 최저치인 3.7%까지 하락했을 때, 그게 축하해야 할 일인지 두려워해야 할 일인지 알 수 없었다. 노동시장이 이렇게 활기를 띠면 탄탄한 임금 상승이 손쉽게 이뤄진다. 많은 노동자들의 소비 여력도 분명 증가한다. 신나는 일이다! 그러나 지난 60년간 실업률이 이 수준까지 내려갔을 경우에는 항상 경제 공황이 곧 필연적으로 따라왔고 인플레이션도 빠르게 진행됐다. 꼭 좋은 소식만은 아니란 얘기다.

이 모든 상황은 한 가지 중요한 질문으로 귀결된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닌 이런 상황은 왜 벌어지는 걸까? 현재 임금은 정체되어 있다. 경기는 호황이다. 최소한 앞으로 몇 분기 동안은 경기침체가 발생할 일도 분명 없다. 인플레이션도 잠잠하다.

그 이유는 3.7%라는 실업률(오랫동안 드럼 가죽만큼이나 탄탄한 노동시장을 의미해왔다)이 사실상 예전만큼 낮은 수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보스턴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이자 전 연방준비제도(Fed) 연구원인 피터 아일랜드 Peter Ireland는 “3.7%라는 수치가 노동시장의 실제 상황을 과장하고 있다. 상황이 좋지만, 장밋빛만은 아니다. 현 상황의 원인이 앞으로 몇 년간 경제에 여러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임금은 상승하게 마련이다. 3.7% 실업률은 일자리를 원하는 대부분 사람이 일을 하고, 직장이 없는 사람들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직 중인 아주 짧은 실직 상태의 사람들만이 ’마찰적‘ 실업 상태에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번에는 또 다른 요소가 혼재해 있다: 이례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거나, 구직 활동을 벌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실업률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은 적절한 기회가 있을 경우 노동 시장에 다시 합류할 사람들이다. 현재 주 근로 연령대인 25~54세의 미국인 중 2,900만 명은 일을 하지 않거
고용 강화: 지난 12개월간 제조업 일자리 27만8,000개가 채워졌다. 사진=포춘US

나 일을 찾고 있지 않다. 이들 중 다수는 노동시장에서 벗어나 때를 기다리고 있다. 일부 연준 은행에 자문을 제공하고 있는 베런버그 캐피털 마켓Berenberg Capital Markets의 경제학자 미키 레비 Mickey Levy는 “현재 주 근로 연령대의 노동 참여율은 지난 경제 확장기 최고 수치를 여전히 밑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각보다 노동시장이 탄탄하지 않다는 얘기다. 그 결과 임금상승에 대한 압박이 기대만큼 강하지 않다.


또 다른 의견도 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 Moody‘s Analytics의 선임 경제학자 애덤 오지멕 Adam Ozimek은 “완전히 회복한 건강한 경제 상황의 실업률이 예전보다 더 낮은 이유는 인구학적 변화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전체 인구의 평균 나이가 높아졌듯, 노동력 평균 나이도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젊은 사람들보단 고령층이 직업을 가질 확률이 높다. 사람들의 학력 역시 높아졌다. 25세 이상의 미국인 중 34%는 학사학위 이상을 소지하고 있다. 지난 경기침체 이전에는 28%에 불과했다.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일수록 직장에 고용될 확률이 높다. 이젠 낮은 실업률이 ’뉴 노멀‘이 됐다는 얘기다.

이젠 과거 경제 모델에서 예측한 방식대로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가 명백해졌다: 고용 시장의 숨어 있는 느슨한 요인들로 인해 임금상승에 대한 압박이 줄어들었고, 그 결과 물가 역시 영향을 받은 것이다. 지난 9월 물가는 0.1% 상승에 머물렀다. 경제가 최근 몇 년간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했음에도 말이다. 물론 당신이 샌프란시스코 같은 고물가 시장에서 중간 소득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다면, (이 같은 분석은) 희소식이 아니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실업률 3.7%가 임박한 경기 침체의 시그널일 수 있다는 점이다. 실업률이 이렇게 낮았던 마지막 시기는 1969년 10월이었다. 그리고 그 2개월 후 경제공황이 닥쳤다. 그 후에도 항상 경기 침체 이전에는 실업률이 낮아졌다. 경제사가들이 현 상황을 두렵게 느끼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역사가 항상 미래의 모든 것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최근 노동력의 구성요소가 진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업률이 지난 몇 십 년과 꼭 같은 양상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더 낮아질 수도 있다. 의회예산처(Congressional Budget Office)는 ‘경제가 여전히 성장하고 있지만, 내년 4분기에도 실업률은3.3%에 그칠 것’이라 내다봤다.

연준의장 제롬 파월 Jerome Powell은 최근 “우리는 경제 사이클의 정점에 있다”고 시인한 바 있다. 다음 경제 위기가 기다리고 있고, 꽤 우리 근처로 다가와 있는지도 모른다. 악화하고 있는 무역전쟁, 지역 분쟁 및 일부 기업들의 부채 위기 등 외부적 충격이 궤도에 오른 경제 성장세에 제동을 걸 지도 모른다. 그러나 앞으로 더 성장할 것이라는 설득력 있는 주장도 있다. 레비는 “경제 상승세가 정점을 찍기 전까지, 우리에겐 창출할 수 있는 일자리 수백만 개가 있다”고 설명했다.

분명 3.7% 실업률은 예전만큼 희소식이 아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론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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