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드리치, 메날두 10년 집권에 '굿바이 키스'

모드리치 '2018 발롱도르' 차지
753점으로 478점 호날두 압도
메시, 12년 만에 톱3서 밀려나
그리즈만·음바페 뒤 5위 그쳐

크로아티아 축구영웅 루카 모드리치(왼쪽 두번째)가 4일(한국시간)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올해 최고 선수로 뽑힌 뒤 아내, 자녀들과 함께 트로피에 입 맞추고 있다. /파리=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0년간 축구선수 최고 영예인 발롱도르(Ballon d’Or)의 주인은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아니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였다. 둘은 똑같이 다섯 번씩 트로피를 나눠 가졌다.

크로아티아 축구영웅 루카 모드리치(33·레알 마드리드)가 10년간 이어진 ‘메날두(메시·호날두)’ 시대의 맥을 끊었다. 미드필더 모드리치는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18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메시·호날두 외 선수가 올해의 선수상 격인 발롱도르를 차지한 것은 지난 2007년 브라질의 카카 이후 11년 만이다.



모드리치는 기자단 투표에서 753점을 받아 478점의 2위 호날두를 압도했다. 메시는 앙투안 그리즈만(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에 이은 5위(280점)에 그쳤다. 투표권을 가진 기자들은 5명에게 1~5위 표를 각각 던졌고 1위 표에 6점, 2위 표에 4점 등 점수가 차등 부여됐다. 메시가 톱3에서 벗어난 것은 2006년 이후 처음이다. 시상을 앞두고 결과가 유출돼 일부 언론이 보도하는 해프닝도 있었는데 결과는 보도된 그대로였다.

발롱도르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는 모드리치. /파리=EPA연합뉴스

지난해 투표에서 5위였던 모드리치는 크로아티아 선수로는 최초로 발롱도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크로아티아가 올해 러시아월드컵에서 메이저대회(월드컵·유럽선수권) 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한 게 컸다. 모드리치는 대표팀 주장으로 세 차례나 경기 MVP에 오르며 대표팀의 결승전 패배에도 대회 MVP인 골든볼을 수상했다.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레알 마드리드의 우승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올해 이미 UEFA 올해의 선수,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을 석권한 모드리치는 발롱도르까지 거머쥐며 싹쓸이를 이뤄냈다. 모드리치는 “남들은 어렵다고 말할 때도 나는 언젠가 이 자리에 오를 것이라고 한 번도 의심한 적 없다. 최고의 팀인 레알에서 뛴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기도 하지만 그런 압박은 늘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자신의 이름과 같은 작은 마을 모드리치에서 태어난 모드리치는 의류공장에서 일하던 부모의 뒷바라지로 축구를 배웠다. 일찍이 ‘크로아티아의 크라위프(네덜란드 전설 요한 크라위프)’로 불렸던 그는 어린 시절 유고슬라비아 내전으로 할아버지를 잃으며 전쟁의 참상을 겪기도 했다. 지금은 세 아이의 아버지로 동물원 나들이를 가장 즐긴다고 한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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