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국어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지난해보다 무려 16점이나 올라 수능 체제 도입 후 처음으로 150점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 수준의 난도를 기록한 국어뿐 아니라 영어·수학 등 주요 과목의 난도가 전체적으로 올라가면서 수험생들의 대입 전략에도 비상이 걸렸다. ‘불수능’으로 수능 만점자는 지난해보다 6명 줄어든 9명이 나왔다.
◇국·영·수 모두 난도 상승=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4일 공개한 2019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에 따르면 국어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50점으로 지난해(134점)보다 16점 올랐다. 표준점수는 문제가 어려울수록 올라간다. 국어 만점자 비율은 0.03%(52만8,595명 중 148명)에 그쳤다. 1등급 비율 또한 지난해 4.90%에서 올해 4.68%로 소폭 줄었다.
지난해 1등급 비율이 10.03%(2등급 19.65%)로 두자릿수를 기록하면서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영어 또한 난도가 크게 높아졌다. 영어 1등급 비율은 5.30%, 2등급은 14.34%로 모두 하락했다. 절대평가인 영어는 난도가 높을수록 상위 등급 비율이 줄어든다.
수학도 가형과 나형 모두 지난해보다 다소 어려웠다는 평가다. 표준 최고점은 자연계열 학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수학 가형에서 133점(지난해 130점)으로, 인문계열 학생들이 주로 치르는 수학 나형에서 139점(지난해 135점)으로 각각 올랐다. 반면 사회탐구영역은 선택과목 9개 중 3개(법과정치·경제·사회문화)를 제외한 6개에서 만점을 받아야만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등 변별력 확보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과학탐구영역도 물리Ⅰ·물리Ⅱ에서 1등급 컷이 만점으로 나타나는 등 과목별 편차가 컸다. 영어와 함께 절대평가로 치러진 한국사는 지난해 12.84%였던 1등급 비율이 올해 36.52%로 대폭 올랐다.
◇‘수능 최저기준’ 비상, 국어가 당락 좌우=‘불수능’ 여파로 상위권 대학의 수시모집에 지원한 학생들은 일부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국어·영어·수학 등 주요과목의 난도가 일제히 높아지면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 상위권 대학 수시에 응시한 수험생들의 탈락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도 늘어날 수 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은 “모집 인원의 변화는 경쟁률 및 합격선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오는 27일 이후 발표되는 대학·학과별 수시 이월 인원을 확인해 지원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입시전문가들은 ‘역대급 난이도’로 출제된 국어를 잘 본 수험생일수록 입시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과목 간 난이도 편차가 커 국어를 잘 못본 경우 다른 과목에서 만회하기가 매우 어려운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대학별로 과목의 반영 비율이 다른 만큼 자신의 성적과 지망 대학·학과의 요강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고난도로 최상위권 학생들의 지원전략 세우기는 오히려 수월해졌다”며 “상위권과 중하위권 학생들은 영역별 반영비율을 살펴 유리한 대학에 지원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