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스윙키즈’ “희로애락이 모두 담겼다”..도경수의 백만불짜리 영화

“영화 ‘스윙키즈’ 에서 빌런은 이념이다”

전쟁의 시대에 ‘춤’을 통해 행복하고자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스윙키즈’가 올 겨울 스크린에 펼쳐진다. 포로수용소 내 탭댄스팀이라는 색다른 소재, 남(南)-북(北)-미(美)-중(中) 다섯 캐릭터들의 사랑스러운 개성과 앙상블, 이념 갈등에 대한 메시지까지 적절하게 녹여 낸 영화다. 스크린을 찢고 나올 정도의 고난도 탭댄스를 선보이는 도경수의 폭발적인 에너지 역시 관전 포인트다.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스윙키즈’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강형철 감독과, 배우 도경수, 박혜수, 오정세가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배우 도경수가 영화 ‘스윙키즈’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사진=지수진 기자

‘스윙키즈’는 비극적 역사 속에서 국적, 언어, 모든 것이 다르지만 춤에 대한 꿈으로 뭉친 스윙키즈 댄스단의 모습을 통해 전쟁에서 희생될 수밖에 없었던 인간의 열정과 행복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작품.

강형철 감독은 ‘왜 우리나라는 같은 민족이 갈라져서 살며 전쟁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할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했음을 전했다. 강 감독은 “전작을 마치고 차기작으로 신나는 춤 영화를 하고 싶었다.” 며 “ 평소 관심사가 남북 문제, 이념 문제인데 이런 저의 관심사와 부합한 ‘스윙키즈’를 만들게 됐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오직 춤에 대한 열정 하나로 차츰 손발을 맞춰가는 댄스단은 특별한 ‘빌런’이 없어도 그 자체로 하나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강 감독은 “ 영화를 보면 전쟁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내가 생각하는 전쟁은 극소수의 행복한 사람과 다수의 불행한 사람이 생기는 것이다. ”고 말했다. 이어 “우리 영화에서 빌런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이념이다. ” 며 “이념이라는 시스템이 인간의 행복과 불행을 가르는 모습이 부조리하다고 생각했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스윙키즈’는 한국전쟁 당시 종군 기자 베르너 비숍(Werner Bischof)이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복면을 쓴 채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춤을 추고 있는 포로들을 촬영한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된 창작 뮤지컬 [로기수]를 모티브로 강형철 감독이 재창조했다.

강형철 감독은 ”약간 옛날 표현일 수는 있겠지만 백만불짜리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큰 고민 없이 하게 됐다“며 ‘로기수’의 메시지에 공감을 표했다. 또한 “춤을 소재로 한 영화는 춤으로 감정을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춤 안에 희로애락을 표현하고자 신경썼다”고 덧붙였다.

도경수는 북한군 포로이자 댄스단의 말썽꾸러기 로기수 역을 맡았다. 도경수는 “한국전쟁은 안타깝지만 촬영할 때만큼은 댄스단 모두가 성장해 나가는 것처럼 즐겁고 재밌었다”고 말했다. 또한 “가수로서 춤을 추지만 처음하는 탭댄스 장르에서는 몸치였다. 5개월 동안 열심히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배우 오정세, 박혜수, 도경수, 강형철 감독이 영화 ‘스윙키즈’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배우 박혜수가 영화 ‘스윙키즈’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강형철 감독이 영화 ‘스윙키즈’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박혜수는 4개 국어가 가능한 무허가 통역사 양판래 역할을 맡았다. 그는 ”양판래는 춤을 통해 처음으로 가족이나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을 돌보게 된다. 춤이 마냥 즐겁고 행복하고, 댄스단과의 시간을 소중하게 즐기는 씩씩한 판래를 만들려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춤이라는 게 신기한 게 실제로 현장에서 내가 자레드 그라임스의 통역사 역할을 했는데, 연습이 거듭될수록 내가 굳이 통역을 하지 않더라도 다른 배우들과 서로 소통이 됐다. 신기한 경험이었다“라고 말했다.

오정세는 전쟁통에 헤어진 아내를 찾기 위해 댄스단에 합류한 사랑꾼 강병삼을 연기했다. 아내를 향한 그리움과 아픔을 웃음 속에 감춘 캐릭터를 특유의 인간미 묻어나는 연기로 그려낸 오정세는 온몸을 아끼지 않는 열연을 펼쳤다. 오정세는 “이별한 사람들의 정서를 이해하기 위해 다큐멘터리를 찾아봤고, 춤을 출 때는 흥과 즐거움, 자유만 생각했다”며 인물에 대해 전했다.

영화 속의 하이라이트는 로기수와 양판래의 가슴 터질 듯한 질주 댄스를 만날 수 있는 ‘모던 러브’ 장면이다. 아무도 없는 빈 강당에서 탭슈즈를 신고 뛰쳐나와 포로수용소를 질주하는 ‘로기수’와 답답한 현실에 맞서 온 마을을 누비며 마음껏 춤을 추는 ‘양판래’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이란영 안무가는 억압된 현실을 벗어나고자 하는 ‘로기수’와 ‘양판래’의 감정을 고스란히 안무로 표현하려 했고, 탭댄스에 현대 무용이 가미된 자유로운 춤을 통해 두 인물의 폭발하는 감정을 담아냈다.

이에 대해 도경수는 “다른 장소에서 각자 춤에 대한 열망을 담아낸 장면”이라며 “이념을 뛰어넘어 춤을 추고 싶어하는 열정만을 생각하면서 기수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박혜수는 “판래가 춤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처음으로 자기 자신의 감정을 꺼내는 장면”이라며 “그동안의 설움이 표출되는 춤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접근했다”고 밝혔다.

한국영화 최초로 비틀즈의 원곡이 그대로 수록되어 ‘스윙키즈’의 놓칠 수 없는 관람 포인트가 될 예정이다. 비틀즈의 ‘프리 애즈 어 버드(Free as a bird)’는 ‘스윙키즈’의 영화적 메시지에 깊이 공감한 비틀즈 측에서 이례적으로 원곡 사용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처럼 자유롭게 날아가고 싶다는 의미의 가사를 담은 ‘프리 애즈 어 버드’는 이념을 넘어 꿈과 열정, 자유를 갈망하는 스윙키즈 댄스단을 대변하는 음악이다. 강 감독은 “저희 영화를 통해 결코 주인공들이 패배자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스윙키즈’야말로 승리자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비틀즈의 곡을 엔딩 곡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스윙키즈’는 19일 개봉한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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