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의 가장 중요한 팩터가 모멘텀이라는 데는 누구도 이의가 없다. 물론 증권사나 학자들에 따라 실적 모멘텀이나 가격 모멘텀을 산정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한국 주식시장에서 주가 설명력이 가장 높은 팩터는 모멘텀이고 크레디트스위스홀트(HOLT)에 기반한 분석도 같은 결과를 보여준다. 홀트에서는 현금흐름수익률(CFROI) 모멘텀이라는 실적 모멘텀 수치에 비중을 둔다. 이는 투자 자산 대비 순이익이 얼마만큼 올라갔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가령 순이익이 똑같이 1,000원 증가했더라도 투자자산이 1만원인 회사와 1만5,000원인 회사의 실적 모멘텀은 투자자산이 1만원인 회사가 더 높다.
한국의 CFROI 모멘텀은 지난 2월 이후 계속 마이너스다. 절대적으로 어닝이 올라가는 회사와 떨어지는 회사의 수를 비교하는 수치에서도 한국은 어닝이 올라가는 회사보다 떨어지는 회사가 3배 정도 많다. 또한 한국 주식시장의 성과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인 애셋턴(asset turn), 즉 매출을 회사 자산으로 나눈 수치도 계속 하향하고 있다. 글로벌 주식이 금융위기로 고통받던 시절에도 한국 주식시장의 애셋턴 수치는 역사적 고점으로 견고한 주가 흐름을 보여줬다. 시장 애널리스트 추정치를 보면 한국은 내년에 강한 어닝 모멘텀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구조적으로 경쟁국 대비 영업 마진이 낮은데다 애셋턴까지 하향하는 추세는 많은 매크로 전문가가 향후 주가 흐름을 긍정적으로 전망하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물론 최근 조정으로 한국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이 낮은 수준에 이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밸류에이션 버퍼가 나오는 섹터를 살펴보면 대부분 정보기술(IT) 등으로 항상 낮은 밸류에이션에 거래되던 섹터다. 또한 현재 밸류에이션이 낮은 주식 순으로 한국 주식을 세워보면 이 또한 항상 싸게 거래되던 주식들만 밸류에이션이 낮아 보인다. 정말 한국 주식시장이 싼 것인지는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결국 한국 주식시장도 선진국처럼 회사의 영업 퀄리티와 이로 인한 어닝 모멘텀이 나는 주식을 선호하고 이후에는 밸류에이션을 고민해야 하는 접근방식이 유용하다고 할 것이다. 단순히 싼 주식보다는 비싸게 거래되는 주식이라도 회사가 높은 애셋턴 등을 유지하는 회사여야만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거래하더라도 그 가치가 있게 된다.
‘싼 것에는 이유가 있다’는 주식 격언이 있다. 현재 한국 주식시장의 내년 전망치를 합산한 그래프는 단순히 밸류에이션이 싸서 핑크빛이라고 말할 수 없는 여러 이유가 있다. 밸류에이션 레벨이 아니라 그 안에서 보여주고 있는 여러 가지 내재 팩터에 더 관심을 가지고 내년 주식 전략을 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