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패권 맞서자" 머리 맞댄 EU

에너지·원자재 유로화 사용 장려
유로 결제하는 阿국가에 기술지원
EU 차원서 새 결제시스템 개발도

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 마리오 드라기(앞줄 오른쪽 두번째)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마리우센테노(앞줄 오른쪽 첫번째) 포르투갈 재무장관 등을 비롯한 각국 재무장관들이 1유로 모형을 들고 유로화 사용 20주년을 기념하는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1999년 1월 1일 출범한 유로화는 다음 달 1일 탄생 20주년을 맞는다. /브뤼셀=로이터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미 달러화 패권에 맞서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선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의 무역전쟁에서 주도권을 쥐지 못하고 휘둘리는 것이 기축통화 및 독립적 결제 시스템 부재 때문이라고 보고 유럽이 주도하는 금융통화 시장을 조성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 집행위원회가 에너지, 원자재, 항공기 제조 등 전략적 분야의 결제통화로 유로화 사용을 확대하기 위한 청사진을 5일 공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FT가 입수한 초안에 따르면 EU는 달러화로 결제하는 에너지 관련 계약을 유로화 결제 방식으로 바꾸도록 유도하고 금융거래에서도 유로화를 매개로 한 거래를 장려할 방침이다. EU 차원의 결제 시스템을 개발하고 파생상품 거래에서 유로화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작업도 함께 추진된다. EU는 또 국제 지급수단으로 유로화를 채택하는 아프리카 국가에 기술지원과 함께 유로화 표시 차관을 확대할 계획이다.

EU의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이 달러화를 무기로 앞세우며 금융 및 무역시장에서 유럽의 경제적 자주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기준 세계 외환보유량 가운데 달러가 62.7%를 차지한 반면 유로는 20.1%에 그쳤다. 결제시장에서도 달러 비중이 39.9%로 유로(35.7%)를 앞섰다.

특히 미국이 일방적으로 이란 제재를 밀어붙인 것이 EU 각성의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달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EU의 반대를 무시하고 이란을 국제결제 시스템인 스위프트(SWIFT)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스위프트는 벨기에 브뤼셀에 본사를 뒀지만 거래의 42%를 차지하는 달러화 의존도가 높아 미국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EU는 미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이란과의 수출입 결제를 처리할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겠다고 강조했지만 미국과의 갈등을 우려해 선뜻 나서지는 못하고 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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