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본질은 '삼성'이 아니라 '바이오'다

증권부 조양준기자


“그래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얼마짜리 회사입니까.”

이총희 청년공인회계사협회 회장은 증권선물위원회가 지난달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분식회계로 최종 판정한 며칠 후에 이런 제목의 입장문을 내놓았다. 모든 사태의 출발점은 삼바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부풀렸다는 의혹이다. 그런데 ‘원래 바이오에피스의 적정 가치는 이 정도밖에 안 된다’라는 상식적으로 반드시 적시돼야 할 내용이 정작 증선위의 의결문에는 없다. 이 회장은 “회계기준 변경만 문제가 되고 정작 가치평가라는 사건의 핵심은 비켜갔다”고 꼬집었다.


기업과 기술의 가치를 매기는 일에 정답이 없다는 것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대상이 신산업이라면 더욱 그렇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내년 초 상장 예정인 미국 우버의 기업 가치를 1,200억달러(약 133조원)로 산정했다지만 이것조차도 정답이 아닐 수 있다. 기껏해야 차량 공유나 해주는 서비스가 그럴만한 값어치가 되느냐는 사람들도 있으며 이 또한 엄존하는 시장의 평가다. 삼바 사태에서 방점을 ‘바이오’에 찍었다면 더욱 풍부하고 의미 있는 논의의 장이 마련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삼성’에 꽂힌 눈은 모든 논란을 사태의 출발점과는 거리가 먼 곳으로 데리고 가버렸다. 이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적정 가격은 회계 전문가인 금융당국이 아니라 법원이나 검찰에게 듣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는 사이 문제는 점점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정치권의 주장을 종합하면 일상적인 기업공개(IPO) 시 공모가 산정에도 참고하는 증권사 리포트는 실은 기업가치 평가에 쓰면 안 될 정도(?)로 불확실한 것이며 이를 참고해 장부를 작성하는 회계법인은 무책임하고 채권 평가사는 삼성의 말 한마디에 입맛에 맞는 의견서를 척하니 써주는 ‘끼리끼리’ 집단일 뿐이다.

공은 이제 검찰 수사와 재판으로 넘어간 만큼 사실관계는 차차 밝혀질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가치평가 주체들을 모조리 매도하는 정치권의 일방적인 비판은 시장의 그 누구도 선뜻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오죽했으면 삼바에 분식회계 철퇴를 내린 금융당국이 ‘시장의 기업가치 평가 방식은 다양하며 모두가 불법인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하고 나섰을까. 석연하지 않게 ‘탈선’한 기업의 가치평가와 급브레이크 걸린 경영활동이 속히 정상 궤도로 돌아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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