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신탁운용이 6조원 규모의 연기금투자풀 전담운용사 지위를 내려놓게 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기금투자풀의 한 해 운용 성과 평과를 앞두고 한투운용이 받아들 성적표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연기금투자풀은 4대 연금 외에 개별 연기금들의 운용 전문성 강화를 위해 지난 2001년 12월 도입된 제도다. 군인연금 등 55개 기금 중 일부(22조원 규모)를 민간 자산운용사에 위탁·운영해 수익을 내는 재간접펀드 구조다. 삼성자산운용이 단독으로 주간해오다 2013년 복수운용체제로 바뀌면서 한투운용이 함께 운용을 맡아왔다. 2016년을 끝으로 위탁기간(4년)이 종료됐지만 2017년 운용기관으로 재선정돼 오는 2020년 만료된다.
하지만 기간을 못 채우고 내년 초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연기금투자풀 운용 규정에 따르면 운용위원회는 정기적으로 성과평가를 하고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주간 운용사를 교체할 수 있다. 이에 위원회는 매년 정량평가(80%)와 정성평가(20%)를 진행, 두 유형의 평가를 합쳐 100점 만점 중 67점 미만을 받는 운용사에 경고를 주고 있다. 경고가 두 번 이상 누적되면 계약기간과 상관없이 운용사 지위를 박탈한다. 한투운용은 이미 지난해 경고를 한 차례 받았고 올해도 경고를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성과평가는 장기간에 걸쳐 하다 보니 지난해 점수가 올해도 반영된다”며 “경고를 받지 않으려면 지난해의 2배 성과를 내야 하지만 올해 증시 상황이 워낙 안 좋아 절대 수익률 측면에서 점수가 낮다”고 전했다.
한투운용의 지위 박탈 여부에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시장이 금융투자사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OCIO 시장은 금융사에 수익을 안겨줄 뿐 아니라 대외 인지도에도 큰 도움이 된다. 정책자금운용은 곧 해당 금융사의 위상 강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해외 연기금 유치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금융사들이 OCIO 시장에 줄줄이 뛰어들고 있지만 외부에 운용을 맡기는 국가 공적자금은 한정적이어서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년에는 고용보험기금과 산업재해보험기금을 운용하는 고용노동부의 전담 운용사 선정이 예정됐는데 연기금투자풀 운용사가 교체된다면 예정에 없던 큰 이벤트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투운용 측은 “평가항목 전 분야에 걸쳐 지난해보다 확실하게 개선됐다. 전혀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밝혔다./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