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EPA연합뉴스
밥 코커 미국 공화당 상원 외교위원장 /AP연합뉴스
지나 해스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사건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미 상원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사건의 배후로 지목했다.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해스펄 국장은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와 군사위원회·세출위원회 소속 여야 지도부를 찾아 CIA의 카슈끄지 사건 조사 결과를 비공개로 보고했다. 밥 코커 공화당 상원 외교위원장은 이날 해스펄 국장의 보고 후 취재진과 만나 “빈 살만 왕세자가 살해를 명령하고 감독했다. 그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알았다는 데 대해 전혀 의문이 없다”며 “만약 그(빈 살만 왕세자)가 배심원단 앞에 선다면 30분 안에 유죄 평결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親)트럼프계로 분류되는 상위 군사위 소속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의원도 “이건 스모킹 건이 아니라 스모킹 톱”이라며 “빈 살만 왕세자의 개입 없이 이렇게 체계적으로 범행이 일어났을 가능성은 제로(0)”라고 말했다. ‘스모킹 톱’은 사우디 요원이 카슈끄지 살해 후 시신을 훼손하는 데 톱을 사용했다는 터키 정부의 발표 내용을 빗대 빈 살만 왕세자의 혐의를 비꼰 것이다. 그는 CIA의 보고에 대해 밝히기를 꺼리면서도 “증거가 철저하며 압도적이라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레이엄 의원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에 대해서도 “그들은 빈 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의 죽음에 복잡하게 관여돼 있다는 결론에 의도적으로 눈을 감으려 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상원에 출석해 카슈끄지 사건에 빈 살만 왕세자가 연루됐다는 직접 증거가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외신들은 카슈끄지 암살사건에 대해 의회가 강경한 입장을 취하면서 사우디를 옹호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더욱 난처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 상원은 지난달 예멘내전에 참전한 사우디에 미국의 군사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 추진 안건을 63대37의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킨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사우디와의 친밀한 관계를 청산하고 사우디를 처벌할 것을 요구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