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은 러시아가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60일 안에 조약을 탈퇴하겠다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4일(현지시간) 공개 선언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에서 열린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해 러시아가 INF를 위반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러시아 측이 두 달 안에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공식탈퇴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경고 메시지로 읽힌다.
폼페이오 장관은 러시아의 구체적인 조약위반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러시아 측이 군사장비 관리 의무를 도외시하고 러시아 곳곳에 미사일을 대량 배치하고 있어 유럽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러시아는 유럽 전역을 사정권에 둔 SSC-8탄도미사일을 이미 개발해왔다”며 “러시아가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면 환영한다”고 재차 러시아를 압박했다.
나토 동맹국 외교장관들도 별도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지난 1987년 중거리핵전력조약을 실질적으로 위반한 상태라는 미국의 결론을 지지한다”고 입을 모았다. 외교장관들은 “INF 보존은 러시아에 달려 있다. 러시아의 조약 위반이 유럽·대서양 지역 안전에 중대한 위험요소로 부각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만일 미국이 이전과 상황이 달라졌다고 믿는다면 그들은 무기를 만들게 될 것”이라며 “그렇다면 우리의 답은 간단하다. 우리도 똑같이 하는 것”이라고 미국이 조약에서 탈퇴할 경우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987년 체결된 INF는 핵 군축을 다룬 미국과 러시아 간의 첫 합의로 사거리 500∼5,500㎞의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 생산과 실험·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아 냉전시대 군비경쟁 종식의 토대가 됐다. 그러나 10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러시아의 협정준수 위반을 문제 삼아 공개석상에서 탈퇴 가능성을 거론하기 시작하며 양국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협정을 끝내겠다”고 선언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