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준환, 남자 피겨 첫 그랑프리 파이널 출전…빙판 위 뜨거운 '점프 전쟁'

상위 6명만 출전하는 '꿈의 무대'
김연아 이후로 9년만…男은 최초
7일 싱글 쇼트·8일엔 프리 출전
베이징올림픽 대비 쿼드러플 시험
'점프머신' 日 우노·美 첸과 경쟁

차준환이 지난달 헬싱키 그랑프리에서 갈라쇼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헬싱키=EPA연합뉴스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리나라 남자 선수를 응원하는 날이 드디어 찾아왔다.

한국 남자 피겨의 간판 차준환(17·휘문고)이 올림픽·세계선수권에 버금가는 큰 대회인 국제빙상경기연맹(ISU) 2018-2019 그랑프리 파이널 무대를 누빈다. 대회는 6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의 더그 미첼 선더버드 스포츠센터에서 개막하며 차준환이 출전하는 남자 싱글은 7일 쇼트프로그램, 8일 프리스케이팅 점수 합산으로 메달 색깔을 가린다.


몇 년 전만 해도 어릴 적 ‘초코파이’ TV 광고 모델이었다는 사실이 어김없이 언급되곤 했던 차준환이다. 하지만 이제는 ‘초코파이 꼬마’를 굳이 불러낼 이유가 없어졌다. 피겨계에서 쌓아가고 있는 경력이 워낙 화려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9월 주니어 그랑프리 데뷔전에서 역대 주니어 최고점으로 우승하는 등 주니어 그랑프리 금메달 2개에 이어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동메달을 따냈다.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지난 시즌은 2018평창동계올림픽 15위로 2022베이징올림픽 메달의 희망을 확인했고 올 시즌 그랑프리 두 차례 동메달에 따른 랭킹 포인트 22점으로 지난달 말 그랑프리 파이널 티켓을 받아들었다. 파이널 무대는 시즌 성적 상위 6명만 나가는 꿈의 무대. 국내 남자 피겨의 역사를 새로 써온 차준환은 한국 남자 최초의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참가라는 또 다른 최초 기록도 보탰다. 남녀를 통틀어도 한국 선수의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은 2009년 김연아(은퇴) 이후 9년 만이다. ‘남자 김연아’로도 불리는 차준환은 김연아가 2010년 기록적인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밴쿠버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셈이다.


참가 자체로도 의미가 크지만 차준환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고난도 점프 훈련 중 생긴 발목과 고관절 부상에다 딱 맞지 않는 스케이트 부츠 문제까지 겹쳐 지난 시즌 적잖이 고생했다. 악조건 속에서도 평창올림픽 경험을 통해 또 한 번 부쩍 큰 차준환은 이번 대회에서 3개의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감점 없는 ‘클린’으로 마치겠다는 자세다. 올림픽 때 프리스케이팅에만 한 번 시도했던 쿼드 점프를 올 시즌은 쇼트프로그램 때 한 번(살코), 프리스케이팅 때 두 번(토루프·살코) 뛴다. 올 시즌 2차 대회 때는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쿼드 살코를 두 번 다 잘 뛰었고 프리 때 쿼드 토루프를 시도하다 넘어졌다. 3차 대회에서는 프리스케이팅 쿼드 살코 때 엉덩방아를 찧었다.

캐나다 현지에서 그랑프리 파이널을 앞두고 포즈를 취한 차준환. /사진제공=브라보앤뉴

차준환은 이번 대회 출전 선수 중 가장 어리다. 2014·2018올림픽 2연패에 빛나는 하뉴 유즈루(일본)도 2011년 17세의 나이에 첫 그랑프리 파이널에 나가 4위에 올랐다. 차준환 역시 그 정도 성적을 내면 대성공. 메달권까지 바라볼 만하다는 기대도 나온다. 올 시즌 개인 최고점만 따지면 259.78점의 차준환은 6명 중 4번째다.

하뉴가 부상으로 불참하는 가운데 우노 쇼마(21·일본)와 네이선 첸(19·미국)의 2파전이 예상된다. 우노는 평창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은메달리스트이고 ‘점프머신’으로 불리는 첸은 세계선수권 우승자다. 평창에서는 점프 실수로 메달권에 진입하지 못했다. 6명 중 올 시즌 개인 최고점 1위도 280.57점의 첸이다. 차준환이 이 점수와의 격차를 얼마나 줄이느냐도 눈여겨볼 만하다. 차준환은 매니지먼트사를 통해 “매 시즌 발전된 모습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큰 대회에 출전하게 돼 매우 기쁘다. 열심히 훈련에 매진한 만큼 최고의 컨디션으로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최고의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김예림(15·도장중)은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여자 싱글(7일 쇼트, 9일 프리)에 출격한다. 한국 여자 피겨는 김연아 이후 13년 만에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참가자를 배출했다. 196.34점의 한국 여자 싱글 주니어 역대 최고점을 보유한 김예림도 메달권 진입에 도전한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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