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제품지정제도란 공공기관이 해당 제품을 구매할 때 중소기업으로부터 의무적으로 구매하도록 한 것이다. 대기업 참여를 배제해 중소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도에서다. 열악한 경영환경에 시달리는 중소기업 지원 차원에서 나름 필요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ESS·3D프린터 등 차세대 성장동력이 대거 들어간 것을 놓고 또다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외 기업들이 시장 진입을 준비하는 초기 단계여서 산업경쟁력을 잃을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업계는 물론 산업통상자원부까지 나서 차세대 성장산업의 동력을 잃게 된다며 반대해온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당국은 지정 분야를 최소화한데다 시장규모가 작아 영향이 미미하다고 주장하지만 갖은 규제에 경쟁까지 발목을 잡는다면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정부가 중소기업을 챙긴다며 차세대 신성장 분야에까지 과도하게 개입한다면 자칫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신기술의 싹을 자를 우려가 크다. 지난해 경쟁제품으로 지정된 드론의 경우 중국산 제품의 점유율만 높아졌을 뿐 경쟁력이 개선됐다는 평가는 받지 못하고 있다. 공공기관들로서는 가격이 비싸고 정보가 허술한 국산 드론을 외면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중소기업 적합업종도 기대와 달리 외국산의 입지만 넓혀주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로부터 경쟁을 막는 대표적 규제로 지적받을 정도다. 이런데도 정치권은 한술 더 떠 정부가 강제권을 발동하는 생계형 적합업종에 이어 협력이익협력공유제라는 것까지 도입한다니 답답한 일이다.
글로벌 경쟁시대를 맞아 중소기업의 과잉보호가 진정한 경쟁력 향상과 함께 실효성을 갖춘 정책인지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건전한 산업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정부와 중소기업의 근본적인 인식전환이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