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바뀐 대입 전략 전문가 좌담] "도박판 같은 올해 정시...경쟁률 최소4번 살피고 지원해야"

정시 원서접수 3일 기간 내내 지원율 수시 체크
모의지원 서비스 활용 과목별 '숨은점수' 찾아야
추가 합격 고려 평균 점수보다 2~3점 상향 유리
내년 수능제도 같고 경쟁자 줄어 재수 늘어날 듯
"영어는 '짝퉁 절대평가'…지방 학생 피해 클 것"

지난 5일 서울경제신문 본사에서 열린 ‘수능 후 대입 전문가 3인 긴급좌담회’에 참석한 하귀성(왼쪽부터) 비전과멘토 소장,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 윤신혁 일산대진고 교사가 수능 후 대입 전략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송은석기자

어렵게 출제된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여파로 중·상위권 학생들의 정시 ‘눈치싸움’이 극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절대평가로 치러진 영어의 난도가 높아지면서 수시 수능 최저기준 미달 탈락이 늘면서 재수를 택하는 수험생들이 많아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입시 전문가들은 “정시 모집기간 3일 동안 총 네 번의 경쟁률 추이를 살펴보고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대 최고 수준의 난이도를 보인 국어와 절대평가이지만 난이도가 높았던 영어 등 과목별 영향 여파로 올해 정시 지원 과정이 ‘사실상 도박’처럼 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여기에 재수를 감수하면서 상향 지원하는 학생들도 크게 늘 가능성이 있어 올해 대입 정시는 한 치 앞도 보기 어려운 안갯속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다수의 모의지원과 대학별 입시요강을 철저히 분석해 자신의 ‘숨은 점수’를 최대한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서울경제신문은 ‘불수능’ 후 대입 전략 수립에 어려움을 겪는 수험생과 학부모를 위해 입시 전문가 3명을 초청해 지난 5일 본사에서 좌담회를 진행했다. 좌담회에는 tbs ‘입시본색’에 출연 중인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 하귀성 비전과멘토 소장, 윤신혁 일산대진고 교사 등이 참석했다.

◇올해 정시는 도박판?…상향지원 ‘올인’ 후 재수 도전 늘 수도

▲하 소장=수능 전과 후에 대입 전략이 확 바뀌었다. 최근의 흐름을 보면 학생들이 자꾸 피하는 전략을 쓴다. 수능이 변수가 많아졌다. 이 변수에 대응해서 준비를 해야 하는데 ‘수능이 무서우니까 수시로 가야겠다’, 그래서 수시로 가야 하는데 영어 때문에 최저기준 맞추기 어려우니까 ‘그럼 영어 없는 곳으로 써야겠다’ 이런 식으로 한다. 학생들로서는 국어가 이렇게 어렵지 않았을 때의 기준에 맞춰서 대학 지망선을 짰을거다. 그런데 수능이 이렇게 되니까 수능 전후의 대입 전략이 많이 바뀌게 됐다. 엄밀히 말하면 가채점 때와 실채점 때의 전략이 많이 달라졌다. 가채점 결과 나오고서는 원점수 가지고 전략을 짰으니까 사회탐구 잘 본 학생들이 수능을 잘봤다고 생각하고 대입 전략을 짰을거다. 근데 실제로는 사탐이 쉬워서 사탐은 필요가 없어졌고. 과목별로 잘 본거를 다 따져봐야 하기 때문에. 이제는 과목별 유불리를 따져서 ‘숨은 점수’를 찾아야 하는 시기가 왔다.

▲오 이사=국어 변별력은 확실히 컸다. 국어 원점수 1점 차가 표준점수 1점 차다. 다른 과목은 원점수 1점차가 표준점수 0.8점차 정도다. 또 영어 등급에 따른 정시 지원선의 영향이 있다. 영어 등급간 점수차가 큰 대학은 국수탐 기준의 합격 가능선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지원자가 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어 등급간 점수차가 적은 대학은 원래 지원선보다 합격 가능선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지원자가 늘어나니까. 이정도는 큰틀에서 예측할 수 있다. 영어 등급에 따른 지원전략이 좀 더 구체적일 필요가 있다. 근데 학부모 입장에서는 항상 ‘내가 유리한 것’만 찾으려고 한다. 그건 쉽지 않다. 내가 유리하면 남도 유리할 수 있으니까. 중요한 건 지원자 경쟁률이다. 경쟁률이 높아지면 합격선이 높아진다. 그런 것까지 고려해서 지원해야 한다.

▲하 소장=예를 들어 모 여대의 경우, 영어 1등급과 2등급 급간 점수차를 5점이라고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하지만 실제로 전형총점을 대입해보면 그 차이는 10점이다. 10점차라는걸 인지하고 쓰는 학생들이 있지만 5점이라고 인지하고 지원하는 학생들도 있다. 대학 지원에서 대학들이 패를 다 까고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거다. 입시가 엄청나게 ‘깜깜이’다. 영어를 절대평가로 만들었지만 대학은 실질점수를 따로 반영하니까 학생들끼리 자기 점수가 어떻게 반영되는지 모르고 쓰는 학생들이 엄청나게 많다. 연세대가 1등급과 2등급간 차이가 7.5점 차이였는데, 올해 총점을 1,010점으로 바꿔서 8.4점 차이로 바뀌었다. 이런걸 지원하는 학생들이 다 알아야 하는데 우리나라 입시에서는 다 잘 모른다. 정보 격차가 너무 심하다.

▲오 이사=이제는 가족이 합심해야 할 때다. 항상 설명회 할때마다 하는 얘기가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계산력’이다. 수능 계산방법이 소개돼 있으니. 하지만 그 외에 느낌이란게 있는데 그건 엄마의 역할이다. 계산을 통해 점수를 확인해야 더 편하다. 온라인 채점 서비스만 믿으면 안된다.

▲윤 교사=수능이 어려워지다보니까 이전의 입시결과들이 상당히 무의미해지거나 예측에 활용하기 어려워졌다. 성취도 평가인 영어를 최저기준으로 사용하고 점수로 환산해서 활용하고 이런 대학들은 그런 각자의 방식 때문에 수능 최저를 못 맞춰서 정시에 집중하는 인원이 늘어날거다. 이점을 누리는 집단도 있다. 변별력이 높으니까, 최상위권 아이들 중 의대 수시에서 떨어졌는데 정시를 잘 본 학생들은 자기가 원하는 대학을 편하게 지원할 수 있을거다. 최저기준 못 맞춘 일반적인 학생들 중 중간 성적을 받은 학생이라면 이전의 정보를 갖고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누구 말을 듣기 어려워진 거다. 다만 진학정보는 교육시장에서 서비스가 상당히 되고 있다.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진학지원단 등에서도 정보를 가공해준다. 대학들이 요강을 복잡하게 내놔도 자기의 데이터로 바꿀 수 있는 자료는 넘친다. 자료를 정확하게 보기 위한 지식은 기본적인거고, 그걸 갖고 점수별 이점을 잘 봐야 한다. 자기가 지원하는 대학의 일정 수준을 택한 후에 전형에서 요구하는 점수를 세심하게 따져서 유불리에 맞춰서 지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오 이사=압축적으로 요약하면, 백분위로 적용하는 대학들은 전년도 자료를 그대로 참고할 수 있다. 난이도가 어렵든 쉽든 간에 그렇다. 다만 상위권 중 표준점수 반영 대학이 문제다. 이번처럼 어려운 경우 표준점수가 올라가면 상위권 대학은 그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 아래 대학들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백분위는 그대로 적용해도 되고, 표준점수는 중위권 이하는 그대로 참고하면 되지만 상위권은 난이도에 따른 점수 향상 정도를 염두에 둬야 한다.

▲하 소장=최상위권 학생들은 원서 쓰기가 수월해졌다. 상위권 학생들은 영역별 반영비율도 따져야 하고 과목간 보정점수 등을 고려해서 유리한 대학을 찾아야 한다. 중위권 학생들은 상위권 학생들이 하향지원해버리면 특정 대학이나 모집군에서 폭발현상이 일어난다. 그래서 눈치경쟁이 치열해질거다. 첫날부터 소신껏 오는 학생이 얼마나 되는지, 그 다음날 아침을 보고. 나는 학생들에게 경쟁률을 총 4번 보라고 한다. 총 3일간 접수한다고 하면 첫날 저녁, 다음날 오전과 저녁, 그 다음날 오전. 이렇게 보면 흐름이 나온다. 중상위권은 점수 계산도 계산인데, 위에서 얼마나 내려오는지의 흐름도 경쟁률 추이까지 살펴서 봐야 한다.

▲윤 교사=정시가 30% 정도 인원을 선발하고 수시 이월이 돼서 최대치가 된다고 해도 반 이상을 넘기진 않는다. 그랬을때 정시 예측 가능성이 아주 높지는 않다. 경쟁률을 원서 접수 기간 내내 보는거다. 지금 들어온 경쟁자들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생각하는거다. 사실 읽기가 쉽지 않다. 결국 결론은 ‘이게 마음대로구나...’라고 나온다. (웃음)

▲하 소장=예전에는 일주일씩 길게 접수해서 흐름이 잘 들어오지 않았는데 지금은 3일로 줄어들면서 경쟁률을 보는 데는 좋다. 경쟁률을 계속 봐야 한다.

▲윤 교사=이번 수능을 보면 도박판과 비슷하다. 점수를 잘 받은 학생들은 무모한 시도를 하지 않을거고, 잃을 게 없는 학생들은 ‘올인’을 한다.

▲하 소장=이른바 ‘빵꾸’나는 대학들이 있으니까.

▲오 이사=‘빵꾸’나는 대학을 찾는 것은 최고의 관심사다. 지난 십 몇 년간의 경향을 봤는데 그런 것은 임의로 발생한다. 전혀 예상 못한 곳에서 ‘빵꾸’가 난다. 그런걸 찾는 것은 로또를 수동으로 사나, 자동으로 사나와 비슷할 거다. 정말 랜덤이다. 최근 사례를 봐도 한 해 ‘빵꾸’난 학교·학과가 다음 해에도 ‘빵꾸’가 나는 일은 없다.

▲하 소장=‘빵꾸’가 난다는건 하위권 학과보다 중위권 학과가 많다. 하위권 학과에는 학생들이 촘촘하게 몰리기 때문이다.

▲오 이사=모의지원을 많이 확인해보면 도움이 된다. 1차 추가 나오고 2차 추가 나오는 분포도에서 빠지는 경향이 클 때. 이런 분포를 확인하는 것은 도움된다. 하지만 이것도 반드시 맞는다고 볼 수는 없다. 평균점수에 비춰서 추가합격까지 고려해서 2~3점을 올려 지원하는 정도까지는 괜찮다. 거품 지원자는 항상 발생한다. 전체의 4분의 1 전후로.

▲윤 교사=내년 수능은 과목구조나 수능 개편에서 예외라서 학생들이 재수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거 같다. 2021년도는 과목구조가 바뀌고 2022학년도부터는 수능 자체가 바뀌니까. 올해 미루고 재수가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수험생들이 상향지원에 집중하면서 재수가 늘어날 수 있다.

▲하 소장=대입에서 원칙이 있다. 반드시 올해 갈거냐. 아니면 재수를 고려해서 상향지원할 것이냐. 그것도 아니면 반수를 고려해서 하나는 합격하고 볼거냐. 원칙을 세우고 점수 확인 후 전략을 짜야 한다.

▲오 이사=올해 재수를 솔깃하게 하는 요인이 두가지 있다. 수능 제도가 동일하다. 내년 학령인구가 7만명 정도 줄어든다. 올해 60만명이고 내년에 53만명이다. 혹시 3수를 하면 10만명 이상이 줄어든다. 제도가 바뀌더라도 수능은 큰 틀에서 유지되니까.

▲하 소장=재수하더라도 원서접수까지 다 끝내야 한다. 마지막까지 해봐야 한다. 이 행위(정시 지원)를 기억하지 못하면 내년에 처음 경험이 되는거다.

▲오 이사=이러는 중에 원서대박 나오는 사례도 가끔 있다. 정말 부담없이 지원하니까. (웃음)

▲윤 교사=여러 변수를 다 생각하다보면 변수가 변수를 만든다. 가위바위보와 비슷하다. 네가 가위를 낼거 같으니 주먹을 낼거야. 하지만 그걸 예상해서 보를 낼 수 있으니...이런 식으로. 일반 상식의 변수만 예측에 활용해야 엉뚱한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일반적 통계만 활용하라, 이걸 기억하고 요행을 기대하면 잘못된 선택이 될 수 있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송은석기자

◇너무 많은 시도가 독이 된 수능…운전면허 시험에 비행기 이착륙 문제 나온 꼴

▲하귀성 비전과멘토 소장(이하 ‘하 소장’)=올해 수능을 평가하면 불수능이었다는게 첫번째다. 언론에서 얘기하는거고 학생들도 얘기한다. 매년 수능이 완벽하진 못하다. 불수능일때도 있고 물수능일때도 있다. 작년에 영어절대평가가 처음 시행됐는데 1등급 비율이 10% 넘었으니 영어만 보면 물수능이다. 2015학년도 수학 B형의 경우 1등급 컷이 100점이었다. 아주 쉬울때는 아주 쉽고 어려울때는 아주 어려운건데, 이번에 국어가 지금까지 수능 중 가장 어려웠다. 특히 1교시에서 체감난도가 높았기 때문에 파급효과가 더 컸다. 모의평가로 출제경향을 예측했던게 빗나간 건데 이게 아주 안타까운 부분 중 하나다. 항상 혼란이 있지만, 물수능일떄와 불수능일떄의 차이가 있는데 불수능일때 반응이 더 안좋은거 같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이하 ‘오 이사’)=맞다. 당장 내 점수가 적다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막상 시험을 봤을때는 불수능을 다들 원망을 많이 하는데, 불수능이든 물수능이든 상대평가식의 표준점수가 도입돼 있다. 사실은 난이도가 어렵든 쉽든 간에 뭐든 상대평가라서 문제는 없는 거다. 당장의 언론 관심이나 수험생 주목도는 문제가 어려웠다면 그걸 탓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불수능때 수능 변별력은 꽤 높아진다.

▲윤신혁 일산대진고 교사(이하 ‘윤 교사’)=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수능 변별력에 대한 부담이 엄청 컸을거다. 숙명여고 사태로 정시 확대 여론이 강하게 형성됐고, 그 와중에 정시마저 실패하면 공교육의 신뢰가 무너질거란 부담이 엄청 컸을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수능 출제 자체가 책임있는 행위다보니까 출제하는 사람도 검토하는 사람도 신중할 수밖에 없었을 거다. 작년 지진 때문에 올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야 할 입장에서 보면 출제기간이 작년에 34일이었는데 올해 46일이었다. 또 두세트 문항을 출제하니까 이 과정에서 엄청 심사숙고하고, 갇혀 있으면 할 일 없으니 검토도 엄청 하고 그랬을거다. 어려운 것도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책을 백 번 읽으면 뜻이 저절로 이해됨)이라고, 보고 또 보고 하니까 쉬워 보이는 이런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 평가원장도 “예측과 실제 사이의 차이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많은 인력이 들어가서 검토하고 또 했는데 실제 결과를 예측 못했다? 결국은 자기 논리에 빠졌거나 자가당착이라고 볼 수 있을거 같다.

▲오 이사=예전보다 난이도 맞추는 기술이 떨어졌는데, 출제위원 뽑는 원칙이 까다로워졌다고 하더라. 특정 대학 출신만 몰리면 배제하고, 했던 사람 또 하는걸 배제하고 이러니까. 그러다보니 경험이 부족한 일이 있었을 수 있다. 경험있는 사람들이 적어지니까. 하지만 약간의 이유밖에 되지 않는다. 누적된 데이터가 있으니 그걸 잘 검토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수 있다.

▲하 소장=올해 신중하게 책임감 갖고 내려고 한 것은 공급자 입장이고,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는 다를 수 있다.

▲윤 교사=이번 수능이 6월·9월 모의평가 난이도와 판이하게 달랐지 않나. 평가원도 균형을 잡기 쉽지 않았을거다. 다 어렵거나 다 쉬웠으면 어느 쪽을 기준잡을 수 있었을텐데.

▲하 소장=국어 뿐 아니라 올해 수학도 어려웠다. 수학 나형이 특히.

▲오 이사=맞다. 통상적으로 6월이 어려웠고 9월이 쉬웠으면 보통은 그 중간에 가는데, 그걸 어긴게 이번 수능이 거의 유일할 거 같다.

▲윤 교사=사회적 분위기가 다들 ‘더 못 살게 됐다’ 하는 분위기가 있잖나. 형편이 어려워지면 ‘남들보다 잘 살아야 하는데’ 이러는데, 형편이 괜찮으면 ‘너도 잘 살았으면 좋겠어’ 이런 생각이 들지 않나.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수능 변별력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고 출제자들도 본능적으로 그걸 감지한 거 같다. 수능의 경향성이 일회적인가 이것도 중요하다. 지난 11월에 경기도교육청이 주관하는 전국연합평가가 있었다. 고교 1, 2학년을 대상으로 한 건데, 과학이나 수학 같은 추상적 제재를 다루거나 선지가 길어지는 현상이 동일한가를 관심있게 봤다. 제가 볼 때는 출제경향이 비슷했다. 서로 상이한 두 집단, 정보를 교류하지 못하는 두 집단이 비슷한 출제 경향을 가졌다는 거다. 전체적으로 ‘문제가 쉬우면 안된다’라는 부담감을 두 집단 모두 가졌던거 같다. 또 국어를 인문 과목이라고 생각하는데, 일상의 담론 자체가 최근엔 ‘존재냐 진실이냐 의미냐’ 이런 것 보다는 ‘속도가 어떠냐 스마트가 어떠냐’ 이런 말을 더 많이 하지 않나. 우리 사회 담론이 기술과학으로 기울어진 상태에서 출제자의 관심도 그런 쪽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문제 출제할 때 현상을 그대로 내지 못하니까 원리로 출제를 한다. 이번에 있었던 국어 31번 문제도 그런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공부하는 학생에 대한 관점이 있지 않았나 싶다.

▲하 소장=이런 문제들이 내년에도 나올거냐고 학부모들이 많이 묻는다. 수학처럼 킬러문항이 있어야 변별력이 확보되니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건 너무 어렵게 내려는 의도가 너무 부각돼 버렸다.

▲오 이사=국어가 어려워지는 것은 근본적으로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영어가 절대평가가 되면서 국어에 대한 부담이 실제로 늘어났다. 변별력 확보를 위해서는 수학에서 어렵게 내는게 맞는데 근본적으로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를 없애자는 주의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옛날에는 수학을 어렵게 냈으면 됐다. 그런데 요즘에는 수학을 중간 난이도 정도로만 내야 하기 때문에 변별력 확보는 무조건 국어다. 국어에서도 크게 문학과 비문학인데, 문학을 어렵게 내다보면 복수정답에 대한 애매함이 있을 수 있다. 그러다보니 오답률이 높은 난이도 있는 문항은 비문학에서만 낼 수 있는거다. 그쪽에 대한 부담이 커진 것이 이번에 폭발한 것 같다.

하귀성 비전과멘토 소장./송은석기자

▲하 소장=어려워지는 것도 문제인데 학생들의 문제도 있다. 수험생의 수준이 예전같지 않다. 애들이 단문에 너무 익숙해져 있고.

▲오 이사=그런 부분도 있다. 수능에 대한 준비가 예전보다 확실히 덜하다. 수시가 확대되면서 수능을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있고. 한 학교의 최고 성적 학생이라도 예전보다 공부를 덜 하는거다.

▲하 소장=국어 선생님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인데, 학생들의 독해 습관에 문제가 있다. 스마트 시대로 가면서 집중력 호흡이라고 하는데 그 호흡이 짧다. 제시문이 길어지고 선지가 어려워지고 난해해지면 학생들이 거품을 무는거다. 학원가에서 국어를 가르칠때 다 읽지 않고 일부 스킵(Skip) 하는 훈련을 시킨다. 그런 식으로 국어 공부가 습관된 학생들은 올해처럼 나오면 쓰러지는거다. 또 문과 학생보다 이과 학생들이 국어를 더 잘 보는 현상도 나타난다. 담론이 기술과학, 논리 과정으로 가기 때문이다.

▲윤 교사=예전에는 국어 과목의 중심이 문학의 감상에 있었는데 지금은 그보다 지식정보 사회라는 특성에 맞춰 변했다. 이런 환경 아래에서는 주어진 정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판단과 추론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논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느냐를 확인하는 데에 방점이 찍혀지고 있다. PSAT(공직적격성테스트), SSAT(삼성직무적성검사), MEET(의학교육입문검사) 같은 시험들도 다 정보의 추론 능력을 강화하거나 중요하게 다루는 시험이다. 수능도 최초의 수능이었던 94년도에는 가장 중요했던게 추론, 논리적 사고였는데 그게 구현이 잘 안됐었다. 새삼스레 이게 다시 중요해지고 있는거다. 또 요즘 애들이 정보, 컨텐츠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바뀌었지 않나. 우리는 문자 텍스트로 봤는데 요새 애들은 보고 듣는게 더 빠르니까.

▲오 이사=‘수능 뒷담화’를 더 하자면, 1~15번까지가 화작이라고 해서 화법 작문 문법 문항이다. 이 문항들은 지금까지의 수능에서 대체로 평이하게 나왔었다. 여기서 시간을 절약하고 긴 지문을 공략하는 것이 학생들의 일반적인 전략이었다. 근데 이게 올해 어려워졌다. 문법이 어려웠고 간접 글쓰기 문항도 상대적으로 어려웠다. 거기서 시간을 확 뺏기게 됐다.


▲하 소장=난이도를 조정하려면 한 두가지 패턴만 시도했어야 하는데 너무 많이 시도하니까 수험생들이 벙찐거다.

▲오 이사=국어는 출제자 본인들도 이정도로 나올지 몰랐을거다. 통상 1등급 컷은 92~94점 정도라도 학생들이 어렵다고 한다. 작년도 수능 1등급 컷이 94점이었으니까 그정도면 적당한거다. 그보다 쉬워지면 ‘물수능’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1등급 컷은 92~94 정도가 가장 무난하다.

▲하 소장=3등급이 80점대 초반 나오는게 좋은데. 이번에는 70점 초반이 나왔으니 너무 어려웠던거다.

▲오 이사=올해의 경우 국어만 적당하게 나왔으면 다른 과목들은 적당한 난이도였을거다.

▲하 소장=쉬운 수능의 기조에서, 사교육비를 유발하지 않는게 수능 출제의 핵심적인 아젠다다. 수학은 더 어려워질 수 없다. 수학이 더 어려워지면 사교육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국어는 사교육비가 엄청나게 늘어나지 않는다. 과외로 해결할 수 없다는걸 학부모들이 안다.

▲오 이사=수학의 난이도에 따라 사교육 업체의 매출이 달라진다. 쉬워지면 강의 수강을 잘 안하려고 하지만 어려워지면 크게 늘어난다.

▲하 소장=예전에 국어와 영어에서 A형, B형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그때 기출문제가 부족하니까 사교육업체들의 ‘봉투 모의고사’를 양산했다. 이 업체들은 돈을 엄청 벌었다. 수능 출제자와 검수자들이 시중의 모의고사 문제가 그대로 나오면 안되니까 그걸 피하려다가 소재가 고갈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문제가 중복되지 않으면서 난이도를 조절해야 하는 것이 쉽지 않을 거다.

▲윤 교사=학교의 국어 선생님들은 국어 31번 같은 지독한 문제를 제외하면 학생들이 독해할 수준이라고 생각을 했다. 저는 문제 풀어보고 나서 당황했던 게, 아까 말한 것처럼 1번에서 15번까지의 문제가 어려웠다. 선택형 문제풀이는 선지 5개 사이에 모순률이 성립된다. 1개가 답이면 나머지 4개는 아닌거다. 학생들은 답을 골라내는거 외에 답이 아닌 4개를 골라내도 된다. 그러려면 확인해야 될 진리값의 명제가 하나여야 한다. 그런데 복합명제가 구성되면 확인해야 될 진리값이 많아지면서 선지가 어려워지는거다. 전체적으로 출제된 글자수가 이전보다 3,000자 정도 많아졌는데 지문에서 길어진게 아니라 선지에서 길어진거다.

앞으로 이런 국어 문제가 그대로 출제될지로 돌아가서 보면, 두 분은 입시의 관점에서 보면 적절한 점수가 형성되지 않았다고 답할 수 있다. 하지만 평가원의 역할은 수능이라는 입학시험을 주관하는 기관이면서 국가기관으로서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이에 따른 성취수준을 결정하는 기관이다. 결국 평가를 통해 국가교육목표를 실현하는 기관이다. 이번에 출제된 국어를 보면 국어교과의 교육목표가 상당 부분 드러나 있다. 우리 시대의 담론이 상당히 기술과학의 시대로 넘어갔다. 경제 분야도 채권이라는 추상적 개념에서 출제되지 않았나. 앞으로 이런게 중요하게 다뤄질 것은 기정사실이다. 수능에서 단순히 사실이냐 아니냐를 묻는 문제는 앞으로도 줄어들거다. 논리적 추론관계, 인과관계, 구조 등을 묻는 문제는 계속 출제될 거다.

다만 평가원은 시간계산을 못한 거다. 어떤걸 간과했다고 보냐면, 학생들은 이 문제를 하루 종일 골똘히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있는게 아니다. 학생들의 규칙은 화법 작문 등 1~15번을 20분 내에 푸는 것이다. 근데 그걸 다 풀고 나니까 20분밖에 안남은거다. 제가 감독관으로 답안지를 검토하는 일을 했는데 그때 보면 답안지를 굉장히 날려서 쓴게 많았다. 학생들도 수능을 고3 기간의 화룡점정이라고 보고 동그라미 하나도 신중하게 체크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엔 그런 정성이 없었다. 평가원이 일정 면적 안에서의 보물찾기를 하라고 시켰더라도 시간 내에 팔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 근데 너무 깊이 묻었다. 평가원이 평가하고자 한 평가기준에서 벗어난 노력을 기울여야만 풀 수 있다는 문제들이 있었다. 실제로 운전면허시험장에 비행기 이착륙 문제 나오면 안되는데 그런게 나온 거다.

윤신혁 일산대진고 교사./송은석기자

▲오 이사=난이도가 정말 중요하다. 체감 난이도에 대해서 우리도 실수하는게 뭐냐면, 빨리 해설을 내놔야 하니까 1~15번은 A선생님에게 주고, 그 뒤는 B선생님에게 주고. 이런 식으로 하다가 실수가 나타난다. 정말 체감 난이도를 알아보려면 혼자 풀어야 한다. 이번에 출제검토를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그런 문제가 있긴 있었을거다. 이번에 국어 31번 정답률이 20% 미만이다. 찍어서 푸는 것보다 아래다.

▲하 소장=아이들도 그 문제를 뭘 찍었는지 몰라서 가채점 결과와 다른 경우가 많았다.

▲오 이사=국어의 경우 일반적인 문제의 정답률이 60% 수준이다. 20% 정답률이라는건 나올수가 없다. 매력적인 오답이 있을때 좀 떨어지긴 해도 이 정도는 없다.

▲하 소장=모 고교에 설명회를 갔는데, 학생들에게 수능 후 정답 체크해온 것을 내라고 했는데 못낸 학생들이 굉장히 많았다고 하더라. 시간에 쫓겨서 못 적은 거다.

▲오 이사=우리도 그런 학생들의 통계가 안잡혀서 수능 후 가채점 분석하는데 애를 많이 먹었다.

▲윤 교사=평가라는 게 교육의 목표다. 평가를 받는 사람들은 반드시 알아야 될 핵심을 배우고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출제자가 너무 변별력만 신경쓰다보면 이번 사태같은게 벌어지는 거다.

▲오 이사=평가원을 위해 변명아닌 변명을 대신 하자면, 국어는 난이도를 맞추기가 굉장히 어렵다. 분야가 예술도 들어가고 과학도 들어간다. 어떤 건 문과 학생들이 잘 풀고 어떤 건 이과 학생들이 잘 푼다. 그런게 복합적으로 들어간다. 그걸 분석하다 보면 출제가 본인만 어렵고 남들은 쉬울 수 있는 문제가 있다. 국어는 문제풀이 후 해석이 다들 다른 경우가 많은 과목이다.

◇‘절대평가 영어’의 배신…취지 살려 개선해야

▲오 이사=영어도 큰 배신까지는 아니어도 약간의 배신은 있었다. 어려워질 거란 예상은 있었지만 그래도 절대평가지 않나. 이렇게 어려워질거면 절대평가를 왜 하나. 항상 의문인게, 적당한 난이도로 나와야 하는거 아닌가. 학생들의 수험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에 따라 절대평가를 도입하니 학생들도 영어를 예전보다 덜 공부한다. 영어의 성취도라는 것도 뭔지 애매하다. 현실론으로 돌아가서 보면 그런데서 배신이 있었던거다. 게다가 영어 난이도 상승의 후폭풍으로 수험생들은 수시의 수능 최저기준을 맞추는데 큰 문제가 생겼다.

▲하 소장=영어 2등급까지 작년에 30% 정도가 들어갔는데, 올해는 20% 수준이다. 지방 학생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영어가 약하다. 작년에는 영어가 쉬워서 수시의 수능 최저기준을 맞추는데 효자과목이 됐다. 그런데 올해는 이게 반전됐다. 2등급이 안되는 학생들이 너무 많은 거다. 특히 지방 학생들은 피해가 컸다. 학생들은 절대평가에 맞춰서 실제로 공부를 많이 안했다. 공부를 안한 상태에서 어렵게 나오니까 후폭풍이 크게 나타난 거다.

▲오 이사=그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게 올해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 일거다. 서울대가 직격탄을 맞는거다. 국수영탐 4개 과목 중에 3개 영역에서 2등급이 나와야 한다. 사실 서울대 갈 정도의 학생이 이정도가 어렵겠냐고 하지만, 실제로 문제가 생겼다. 확인된 내용은 아니지만 실제 서울대 지역균형 결시율이 최근 중 가장 높을 거라는 얘기가 있다. 영어가 결정적 역할을 했을거다. 2등급 누적이 19%다. 20%가 안나오니까. 지방 학생들의 경우 2등급 미만에 해당될 가능성이 많다. 영어 하나 나가면 국수탐에서 2등급이 나와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하 소장=지방 학생들이 특히 수시 확대 분위기 속에서 수능 공부를 많이 하지 않는다. 남원의 한 학교에 갔는데 거기서 그러더라. “우리 학생들이 서울대 갈 내신은 다 돼 있다. 그런데 수능최저가 안돼서 서울대 합격이 안나온다.” 이러면서 사교육업체를 불러서 ‘최저만 맞춰달라’고 했다더라.

▲오 이사=게다가 이번에 ‘물사탐’이어서. 실수로 2개 틀리면 3등급이 되는거다. 그러면 사탐도 2등급 맞추기 쉽지 않다. 자연계열은 과탐에서 두 개 영역에서 2등급 이상을 맞기 쉽지 않다. 서울대 입장에서도 지역균형전형에서 일반고 합격자가 많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국회 등 지적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 문제가 생겼을거다. 지역균형 최종 합격자 발표되면 이월인원이 많이 나올거다. 서울대는 직격탄. 고려대도 최저기준이 다 있기 때문에 영향이 있을거다. 고교추천 1,2 전형에서.

▲하 소장=반대로 연세대는 이걸 예견했는지 모르지만 내년부터 논술과 학종에서 모두 최저기준을 폐지한다. (웃음)

▲오 이사=연세대, 고려대는 주고받는게 있다. 이번에 정시가 어렵게 나와서 연세대는 정시에서 피해가 갈거다. 다만 수시에서는 영어 최저 문제로 인한 영향은 조금 있지만 연세대 지원자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다만 문제는 서울대와 고려대다. 고려대도 4개 영역에서 수능 최저기준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고려대는 1단계에서 3~5배수를 뽑는다. 변별력 유지를 위해 면접의 중요도를 높였는데 수능 최저를 맞추는 학생들이 줄어버리면 면접이 큰 의미가 없어져 버릴 수 있다.

수능 전문가 3인 좌담회./송은석기자

▲하 소장=자율형사립고, 외국어고보다 수능 준비를 덜 한 일반고 학생들의 피해가 더 클 수 있다. 일반고에서도 수능 위주로 준비한 학교가 있고 수시 위주로 준비한 학교가 있다. 수시 위주로 준비한 학교들은 수능 최저를 못 맞춘다. 이 학생들은 수시 안 되면 아예 정시를 안 쓰겠다고 한다. 그냥 바로 재수하겠다는 거다.

▲오 이사=하지만 영어만 절대평가고 나머지는 상대평가다. 불수능이라고 해서 영어 외 국수탐에서는 그렇게 문제가 크지는 않을 수 있다. 고교 유형에 따른 유불리를 얘기했는데, 사실 특목고도 수능을 지독하게 팔 필요가 없다. 수시로 엄청나게 간다. 예전과 좀 바뀐 분위기가 있다. 외고도 학교 내에서의 내신 상위그룹은 수능을 좀 덜 준비한다. 내신이 덜 나오는 학생들 위주로 수능을 준비하기 때문에 단순화하긴 어려울 수 있다. 이번에 실제로 가장 피해를 크게 본 학생들은 현실적으로 서울대 지역균형처럼 딱 맞춰서 전형을 준비했던 학생들이다.

▲윤 교사=이게 다 영어가 만들어낸 혼란스런 현상이다. 왜 이런 혼란이 발생했냐 보면, 영어는 변별도를 따지면 안된다. 절대평가는 상대적 성적의 위치를 보는게 아니라 성취도 평가다. 우리나라는 영어교육이 지금껏 사교육 시장을 견인했다. 교육 양극화 불평등의 핵심 과목이 영어였다. 영어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을 영어를 외운 학생들이 절대 따라잡을 수 없었다. 서울 내에서도 강남, 강북의 차이가 컸다. 성취도 평가라면 실질적으로 아이들이 영어 몇등급 이상이면 모두 동일하게 평가했어야 했다. 영어라는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라면 맥락 추론도 쉽지 않고 전문 영역은 따로 공부해야 한다. 그런데 학생들에게 전문적인 영역에서의 영어를 물었다면 절대평가 영어에 맞지 않다. 거기다가 대학들이 등급으로만 나오는 영어 성적을 대학에서 환산해서 총점에 더하니까, 그리고 상대평가 과목과 동일하게 취급하니까 문제가 생기는거다.

▲오 이사=이건 ‘짝퉁 절대평가’다. 절대평가라면 패스(P), 논패스(NP)가 첫번째 기준이다. 이걸 가장 잘하는 나라가 프랑스의 바깔로레아다. 그 다음으로 세분화한게 최우수, 우수, 보통 등 나누는거다. 우리나라처럼 하는 나라는 없다.

▲윤 교사=성취수준을 보통 ABCDE 5개 정도로 나눈다. 60점 이상을 10점 단위로 나눠서. 우리나라 대학들이 학생들에게 학점을 줄때 A학점 주는 비율이 50% 정도 된다. 적게 주는 곳도 30~40%다. 아주 일부 의대에서 가장 짜게 주는 곳이 19% 정도다. 영어교육이 의사소통 능력으로서의 영어교육이라면 상대평가로 하면 등급 누적으로 하면 3등급이 23%인데. 이정도면 고등학교의 교육 결과로 보면 1등급이든 3등급이든 기본적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오 이사=100점 만점에서 90점 만점이 1등급이라면 그에 따른 성취수준이 나와야 할텐데 그런 건 들은적이 없다. 1등급이면 ‘외국인과 대화가 가능한 수준’이라던가, 그런게 없다. 그냥 수치일 뿐이다. 1점차로 2등급이 되는데 1, 2등급 차이의 의미가 없는거다. 그냥 편의적으로 나눴을 뿐이다. 상대평가 속에서 현실적 요구를 맞추기 위해 9등급으로 나눠 놓은 것이다.

▲윤 교사=사실 2015 교육개정과정에서 성취수준이 명시돼 있다. 이 같은 방향으로 성취도 평가를 할때, ‘이번에 측정하려는 성취 수준은 이렇다’ 하고 공개해야 한다. 또 점수 표기하는 방법더 달라져야 한다. 패스, 논패스로 하거나 5개 등급으로 하거나.

▲하 소장=문제는 대학 입시다. 대학 별로 영어 평가 실질반영점수를 다 다르게 하고 있다. 영어 점수에 따라서 어떤 상위권 대학은 붙는데, 그보다 아래 대학은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평가원이 영어에 대한 난이도 조정을 내년에 어떻게 할지 궁금하다. 작년엔 너무 쉽게 올해는 조금 어렵게 했는데. 고민을 많이 할 거다.

▲오 이사=현실로 돌아가야 한다. 이렇게 하면 절대평가의 의미가 없다. 난이도는 작년 수능이 그래도 괜찮았다고 본다. 갈수록 쉽게 낼 수밖에 없다. 아니면 상대평가로 돌아가야 한다. 어차피 지금은 상대평가로 돌아갈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러면 다소 평이해져야 한다. 이대로라면 학생들에게 이중의 부담을 주는거다. 영어가 절대평가인데 어렵게 나오면 어떻게 하나.

▲하 소장=평가 시스템에 특정 영역은 절대평가고 어떤건 상대평가라면, 이건 절름발이 평가다. 재밌는건 이런 구조 때문에 대학 서열구조는 파괴되더라. 작년에 아는 학생 중 하나가 영어 1등급을 받고 서울권 대학교에 합격을 했다. 그런데 그보다 낮다고 평가되는 경기권의 대학은 떨어졌다. 영어 등급간 점수차가 크지 않아서. 예전엔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오 이사=대학 입시전략을 짤 때 영어 등급에 따른 혼선이 작년보다 클거다. 영어로 보면 상위등급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줄어서 지원대학 기준에 맞췄을때 해당되는 학생들이 3분의 1가량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좌담회 참석자 약력>

하귀성=전 EBS 입시평가 전문위원·스카이에듀 입시분석실장·진학사 입시분석 선임연구원, 현 비전과멘토 소장

오종운=전 청솔학원 평가연구소장·EBS 입시분석위원, 현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

윤신혁=전 EBS 논술강사, 현 일산대진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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