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최불암, 우리 밥상 위 ‘오래된 친구’ 빵을 만나다!

사진=KBS 제공

6일 방송되는 KSBS1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너도 있었구나! 우리 밥상 위의 빵’ 편이 전파를 탄다.

우리는 대표적인 쌀 문화권 나라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쌀 못지않게 밀도 많이 먹었다. 1954년, 미국에서 우리나라에 밀가루를 원조하면서 밥상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1970년에는 새마을 운동으로 밀가루를 품삯으로 받기도 했다. 이렇듯, 밀가루는 오래전부터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식문화였다. 먹을 게 부족했던 시절, 엄마들은 가마솥에 빵을 쪄서 아이들의 허기를 달래주었다. 이번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옛 기억을 품은 옛날 빵부터, 저마다의 뜻을 담아 새롭게 탄생한 빵을 보여주고자 한다. 우리 밥상 위에 오른 ‘알고 보면 오래된 친구’ 인 빵을 만나보자!

▲ 가마솥 빵 속에 담긴 추억의 맛!

홍시가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들이 반기는 구례 토지면의 내죽마을. 그곳에는 옹기종기 모여 추억을 얘기하는 할머니들이 있다. 이들은 과거 새마을 운동 당시, 품삯으로 밀가루를 받았다. 밀가루는 요리부터 간식까지 책임지는 그들의 알찬 식자재였고, 밀농사도 직접 짓다 보니 밀 관련 음식을 많이 만들어 먹었다. 더 추워지기 전에 서둘러 콩 타작과 감 따기를 끝낸 할머니들은 다 같이 둘러앉아 빵을 만들어 먹기로 했다. 빵을 만들면서 옛 생각에 웃음이 끊이지 않던 내죽마을 할머니들을 만나본다.

지금처럼 제빵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할머니들은 가마솥을 이용해 빵을 구웠다. 설탕 대신 홍시를 반죽에 넣어 만든 찐빵이 이들의 특기. 우리에게 익숙한 찐빵은 동그란 모양이다. 그러나 일손이 부족하던 옛날에는 간편하게 찐빵을 말아 먹기도 했다. 여기에 찐빵만큼이나 추억의 맛을 느끼게 하는 술빵도 빠지지 않는다. 막걸리 향이 밴 구수한 술빵 위에 김치를 얹고, 직접 담근 막걸리까지 곁들이면 이만한 조합이 없다. 빵은 할머니들의 굶주린 배를 채워 주었고,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간식거리다. 정겨운 시골에서 맛보는 투박하지만 따스한 빵 밥상을 맛보러 가보자.

▲ 구례의 산물로 만든 건강한 빵!

구례읍, 한산한 골목길 한구석에 문전성시를 이루는 작은 빵집을 찾았다. 그곳에서 구레나룻 수염이 덥수룩한 빵집 주인장, 장종근 씨를 만났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사회에서 방황을 하다 뒤늦게 빵과 사랑에 빠졌다.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제빵일을 배운 종근 씨는 2년 전, 자신의 고향 구례에 작은 빵집을 차렸다. 빵집 주인장 종근 씨에게는 빵집 운영에 대한 철학이 있다. 첫째, 우리 밀을 고집하며 빵에는 우유, 달걀, 버터를 넣지 않는다. 둘째, 구례의 농산물을 이용해 지역 식문화가 담긴 빵집을 만들겠다는 것! 이처럼 확고한 철학을 가진 종근 씨를 만나러 가보자.


우리 밀 주산지, 구례의 빵집답게 종근 씨는 밀을 직접 제분하고, 그의 아버지가 농사지은 밀로 빵을 굽는다. 구례의 농산물로 빵을 만드는 그는 젠피(초피)를 이용한 빵을 개발했다. 은은하게 퍼지는 젠피(초피)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설탕 대신 달콤한 구례 곶감을 넣어 만든 곶감크림치즈빵도 있고, 잼 대신 쌈장을 바르고 다양한 나물을 얹어 먹는 구례식 브런치까지. 빵집 주인장 종근 씨의 철학과 정성이 담긴 빵을 구경해보자.

▲ 임실에서 빵 굽는 농부를 만나다!

1984년 밀 수매제 폐지로 우리 밀은 사라질 위기에 처했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우리 밀 살리기 운동이 시작됐고, 0%에 가깝던 우리 밀 자급률이 현재는 전체 소비량의 1.8%가 되었다. 여전히 낮은 수치지만 우리 밀농사는 조용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한 농사꾼을 만났다. 그는 임실의 산촌에서 우리 밀을 키우며, 빵을 굽는 농부 겸 베이커 유명원 씨다.

3년 전, 빵을 좋아하는 아내에게 빵을 직접 만들어 주고 싶어 제빵을 시작하게 된 명원 씨. 그가 추구하는 빵은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은 가장 원시적인 빵이다. 이스트를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우리 밀과 물, 소금을 이용하여 숙성시킨 빵을 만든다. 구수한 밀향이 나는 그의 천연 발효빵은 그 어느 것과 먹어도 안성맞춤이다. 막걸리를 빚은 후 남은 술지게미로 잼을 만들어 빵에 발라 먹거나, 동그랗게 판 빵 속에 호박 수프를 넣어 먹는다. 한 가지 빵으로 다채로운 맛과 행복을 느끼는 명원 씨를 만나러 가보자.

▲누룩꽃이 피어 빵이 되었다!

화순 이서면의 야사마을을 찾았다. 실학자를 배출한 유서 깊은 마을인 이곳은, 빵 굽는 냄새로 하루를 시작한다. 냄새의 발원지는 막걸리 누룩을 이용하여 빵을 만드는 조유성 씨 빵집이다. 유성 씨는 15년 전, 부푼 꿈을 안고 화순으로 귀농해 양계장을 운영했다. 그런데 태풍 볼라벤으로 양계장이 무너져 사업이 망했다. 쓰디쓴 실패를 경험하고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뛰어든 것이 막걸리 누룩을 이용한 빵이었다. 그가 이 빵을 만들 때, 시골 어르신들이 즐겨 먹던 술빵에서 착안을 했다고 한다. 누룩의 놀라운 발효력과 그 맛에 반한 유성 씨는 화순에서 제일가는 빵집을 운영 중이다.

다른 빵에 비해 발효 향이 강한 누룩빵은 만드는 과정이 까다롭다. 빵 만들기에서 제일 중요한 과정은 누룩 발효액을 만드는 것! 잘게 자른 사과와 설탕, 물을 넣고 갈아준 후 미지근한 물로 활성화시킨 누룩액을 부어 24시간 발효를 한다. 누룩발효액에 다시 밀가루를 넣고, 이틀 동안 반죽을 숙성시킨다. 누룩향 가득한 반죽으로 달콤한 팥빵을 만들고, 뽕잎가루를 이용한 누룩빵도 만든다. 그리고 오늘 특별히 유성 씨는 동네의 자랑, 천년의 은행나무에서 은행을 따다 팥소에 한 알 씩 넣는다고 한다. 씹다가 만난 은행 한 알이 행운이었으면 좋겠다는 빵장수, 조유성씨를 만나 보자.

/김호경기자 khk01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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