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운에 있는 공립학교인 로버트 F.케네디 커뮤니티스쿨 체육관 외벽에 그려진 욱일기 문양 벽화. LA통합교육구는 한인 커뮤니티 건의를 받아들여 벽화를 철거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운에 있는 공립학교인 로버트 F.케네디 커뮤니티스쿨 체육관 외벽에 그려진 ‘욱일기’ 문양 벽화가 철거된다. 한인 커뮤니티의 노력이 낳은 결과다.
LA통합교육구(LAUSD)의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지역 교육감(슈퍼인텐던트)은 6일(현지시간) 이 학교 도서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인 커뮤니티의 지적에 공감하고 지역사회와 학교를 보호하기 위해 그동안 논란이 있던 벽화를 겨울방학 기간에 걸쳐 삭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는 “역사의 교훈을 인식하고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는 한인 커뮤니티의 견해에 공감한다”라고 밝혔다.
문제의 벽화는 2016년 이 학교에서 열린 벽화 축제 때 화가 뷰 스탠튼이 체육관 외벽에 그린 것이다. 욱일기 문양이 사람과 야자나무를 감싸고 있는 모습으로 멀리서 보면 붉은색 욱일기 문양이 선명하다.
LA 한인사회에서는 그동안 한인 학생들도 많이 다니는 공립학교 건물 외벽에 욱일기 문양의 벽화가 새겨진 데 대해 불만을 표해왔다. 벽화 제거 작업을 추진해온 윌셔커뮤니티연합의 정찬용 회장은 “미국 헌법상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만, 증오를 부추기는 자유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일제 식민의 역사, 제국주의 미명 하에 자행된 일본군 성노예 만행 등을 연상하게 하는 욱일기 문양을 철거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윌셔커뮤니티연합 관계자는 “문제의 벽화는 학생들이 등하교하면서 늘 바라보게 된다”면서 “알게 모르게 학생들의 마음속에 욱일기 문양을 친숙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며, 이는 일본의 교묘한 역사 물타기의 하나로 볼 수 있다”라고 비판했다. 실제 한인타운 중심가인 8가에서 이 벽화를 바라보면 여러 학교 건물 사이로 욱일기의 붉은 문양이 도드라져 눈에 띈다.
윌셔커뮤니티연합은 벽화 삭제 이후 빈 외벽에 어떤 내용의 벽화를 다시 그릴지도 논의하고 있다.
앞서 캐나다 한 중등학교에서는 교실에 걸려 있던 욱일기가 한인 학생들의 항의 청원 끝에 떼어지기도 했다. 밴쿠버 랭리지역 월넛 그로브 중고교 재학생 문병준 군이 청원사이트에 욱일기 제거를 요청, 학교 측이 항의를 받아들여 제거 조처를 취한 바 있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