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칼라의 시인이라 평가받는 켄 로치 감독. 그에게 두 번째 황금종려상을 안겨 준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오늘날 많은 국가들이 자국민들에게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복지시스템이 얼마만큼 ‘말잔치’에 불과한지를 아프게 꼬집는다. 심장병을 앓는 주인공 다니엘은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매일 같이 고용센터를 방문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자동화된 복지시스템은 다니엘을 부적격자로 걸러내고 각고의 노력 끝에 적격함을 채우자 시스템은 또 다른 부적격함을 찾아낸다.
‘자동화된 불평등’은 모든 것이 자동화된 시대에 복지시스템이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더 망가뜨리는지를 추적한다. 영화 속 다니엘이 그랬던 것처럼 약자를 위한다는 복지시스템이 아이러니하게 약자를 차별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는 증거들이 책 속에 속속 등장한다. 당사자들과의 인터뷰, 공공기록 조사, 재판참관 등 책을 전개해 나가는 힘은 집요한 탐사 저널리즘을 꼭 닮았다.
영화 속 다니엘을 구원한 것은 시스템이 아닌 고용센터에서 만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케이티 가족이었다. 뉴욕타임스는 이 책을 추천하며 기술이 정의를 대신할 수 없다는 점을 모두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1만6,800원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