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대법관 영장기각 사유 보면] 주거안정부터 노모 봉양까지... '그들만의 이유' 또 통해

박병대 전 대법관이 7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7일 박병대 전 대법관의 영장 기각 사유로 ‘주거·직업 및 가족관계’를 언급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원이 유독 ‘재판거래’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만 가족관계·주거안정 등 일반 사건에서 보기 힘든 기각 사유를 내세우면서 국민적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새벽 나란히 구속을 피한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전 법원행정처장)의 공통된 영장 기각 사유는 ‘공모관계에 대한 의문’이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박 전 대법관 기각 사유에는 “주거·직업은 물론 가족관계까지 ‘종합해보면’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내용이 더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영장실질심사에서 93세의 노모를 앞세워 구속 부당을 주장한 박 전 대법관의 읍소를 후배인 임민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가 결국 받아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재판거래 혐의자와 관련해 법원이 선뜻 납득하기 힘든 영장 기각 사유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법원은 지난 9월20일 재판거래 첫 구속 시도 대상이었던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한 영장을 기각하면서 이례적으로 3,500여자 분량의 기각 사유를 공개했다. 9월30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압수수색 때도 법원은 “주거안정이 중요하고 증거자료가 집안에 있을 개연성이 부족하다”며 자택을 제외한 차량에 대해서만 영장을 발부했다. 이후 양 전 대법원장이 지인의 집으로 몸을 피신했으며 이동식저장장치(USB) 2개가 자택 서재에 보관됐다는 사실을 파악한 검찰이 다시 영장을 청구했을 때도 법원은 또다시 주거안정을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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